MBC 엄기영 사장이 3일 오전 9시30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엄 사장은 취임사에서 "MBC의 르네상스를 열겠다"며 콘텐츠 경쟁력과 공영성 강화를 강조했다. 광역화와 신사옥추진 문제, 조직개편 등 내부개혁 과제도 밝혔다.

"안팎으로 엄중한 시기"…콘텐츠 경쟁력 강조

▲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D스튜디오에서 열린 엄기영 사장 취임식에서 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MBC
엄 사장은 "지금은 안팎으로 엄중한 시기이다. 방통융합의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고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올드미디어인 지상파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이 어려움은 우리의 대응 자세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뉴스, 교양 어느 것 할 것 없이 MBC가 선두에 섰던 시절이 있었다. 그 영광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드라마는 자체제작을 늘리고 예능은 끊임없이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야 한다. 뉴스는 시청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교양은 좀 더 야심찬 기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엄 사장은 "방통융합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뿐"이라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뉴스와 시사에서는 공정과 균형을 제 임기 동안 화두로 삼겠다"고 말했다.

내부혁신팀 발족 예정…"보상 주고 책임 물을 것"

엄 사장은 이어 조직 내부에 대한 쓴소리도 내놨다. 그는 "부문 간에, 부문 안에 갈등이 있지만 저는 MBC와 여러분을 믿는다. MBC의 르네상스를 말하는 것도 구성원 여러분을 믿기 때문"이라며 "MBC에 대한 열정을 우리의 일에 분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개선을 위해 엄 사장은 빠른 시일 안에 내부혁신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성원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과 제도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낭비적 요소는 과감히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엄 사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훌륭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원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하겠지만 냉소와 방관으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 또한 "매년 중간평가를 받는다는 심정으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상암동 신사옥추진 재검토…"결단력 의심말라"

▲ 이날 엄기영 사장 취임식에는 현 경영진도 모두 참석했다. 왼쪽부터 박성희 경영본부장, 최영근 제작본부장, 이재갑 편성본부장, 김세영 부사장, 엄기영 사장, 김승한 감사,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문장환 기술본부장. ⓒMBC
엄 사장은 MBC가 당면한 내부의 굵직굵직한 과제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의 원칙을 밝혔다. 광역화에 대해서는 "필요하지만 방법이 문제다. 자율적이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했고, 상암동 신사옥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면 회사 발전에 도움이 안될 수도 있는 만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사업에는 내실을 기하고 뉴미디어 사업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일부에서는 제가 사장직을 수행하기에 결단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노자 도덕경에도 '유능제강(柔能制强·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긴다)'이라는 말이 있다. 제 결단력을 의심말라. 합리적, 민주적인 리더십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원칙을 훼손하는 일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MBC 노조 "경쟁력에만 집착해선 안돼"

이에 대해 노조는 엄 사장이 '경쟁력 강화'에 치우치지 않는지 경계하면서도 일단 지켜보는 모습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위원장은 "경쟁력과 공영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전임 최문순 사장이 경쟁력에 집착해서 공영성이라는 토끼를 쫓는 데 소홀했듯이 경쟁력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공영방송 MBC'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내부혁신팀 신설 등 조직개편 논의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만큼 거부할 이유는 없다”며 “하지만 뒤처지는 직원을 채찍질하기 보다는 앞서가는 직원을 과감히 포상하고, 선배들을 압박하기보다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옥경 이사장 "두마리 토끼, 한 마리로 만들어달라"

한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옥경 이사장은 축사에서 "MBC가 밀려오는 파고를 이기는 길은 원칙에 충실하는 것,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이 되는 것밖에 없다"며 "KBS와는 또다른 공영성, SBS와는 또다른 상업성 두 가지를 융합시켜달라"고 말했다.

그는 "엄숙주의,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는 공영성, 선정주의에 빠지지 않는 상업성, 이 두 마리 토끼를 한 마디로 만들기 위해 MBC 사장께서 구성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내달라. 방문진도 적극적으로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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