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처음으로 시작하는 1·2월 미디어진상에 이명박 대통령이 선정됐다.

유감이다. 최대한 이명박 대통령만은 선정대상에서 제외시키고자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압도적 지지’로 1·2월 ‘통합 미디어진상’에 선정됐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전까지는 전혀 거론 대상이 아니었다. 인수위원회의 ‘언론인 성향분석 문건’ 파문이 불거졌을 때도 약간 의심의 눈초리가 가긴 했지만 정식 출범도 하지 않은 데다 정권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 대상에서 제외가 됐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강행이 빚은 무리수가 원인

참고로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시작한 미디어진상은 신정아씨 ‘누드사진’을 게재한 문화일보가 <미디어스>가 정한 ‘이달의 미디어진상’에 처음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10월에는 옥소리씨 이혼 소식을 ‘수준 낮게’ 다룬 스포츠조선이 선정됐다. 그리고 11월에는 언론이 아닌 한나라당이 미디어진상에 선정됐으며, 2007년 한해를 마감하는 12월 미디어진상에 동아일보와 지상파 방송3사가 선정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 한겨레 3월3일자 4면.
전혀 거론대상이 아니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1·2월 ‘통합 미디어진상’에 선정된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 강행이 큰 변수로 작용한 것 같다.

사실 최시중 카드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1·2월 미디어진상’은 쟁쟁한 후보들이 즐비했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삼성이었다. 삼성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겨냥해 다른 신문들은 다 싣는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 사건 관련 사과광고’를 한겨레에만 싣지 않는 등 매우 ‘악질적인 언론탄압 행태’를 새해 벽두부터 선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후보, 삼성을 제치고 ‘미디어진상’에 선정된 이명박 대통령

▲ 조선일보 2월27일자 8면.
동아일보 역시 삼성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강력한 ‘진상 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이명박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 인수위 시절부터 ‘대변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더니 숭례문 방화사건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장관 내정자에 대한 검증에 이르기까지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정권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쟁지인 조선일보가 이명박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적절하게 비판한 것과도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고 이런 점 때문에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과 동아일보라는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단박에 ‘1·2월 통합 미디어진상’을 거머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기구 자체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있고, 정부·여당 몫의 위원 수가 5명 가운데 3명. 이 자체만으로도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을 대통령 최측근으로 앉힌다는 것 - 이건 오늘자(3일) 한겨레 사설이 지적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방송통신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이 안되는 상황이다.

<미디어스>는 언론계 안팎의 반대 여론과 시민단체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시중씨 지명을 강행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1·2월 통합미디어 진상’을 수여한다. “방송·통신을 장악할 수 있다면 어떤 여론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그 태도를 높이 산 결과다. 청와대를 관광객들이 '친근하게' 볼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다고 청와대 '문턱'이 낮아지는 건 아니다. '어떤 여론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그 태도를 고수하는 한 본질적인 문턱은 낮아지지 않는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상은 수여하지만 수상에 따른 ‘뒷감당’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미디어진상’의 특성이다. 좀 감안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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