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오랜만에 볼만한 가족극이 등장한 듯하다. 가족 드라마가 주로 막장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tvN이 새롭게 선보인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는 제대로 된 가족 이야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통속극이 아닌, 하지만 가족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드라마는 첫 주부터 흥미로운 전개로 관심을 끌었다. 가부장의 전형 같은 아버지 김상식(정진영)은 트럭 운전을 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그게 그의 전부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

엄마 이진숙(원미경)은 조용하지만 강한, 모든 어머니의 표본 같은 인물이다. 다정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남편과는 이제 이별을 준비 중이다. 세 아이 모두 컸기 때문에 더는 아이들 때문에 참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졸혼을 준비 중이었다.

tvN 새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큰딸 김은주(추자현)은 좋은 대학을 나와 변리사로 일하다 의사 윤태형(김태훈)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원하던 아이가 생기지 않으며 이들 부부의 삶은 점점 빗나가기 시작했다. 함께 살지만 부부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들은 부모님보다 더 위기에 처해있다.

둘째 김은희(한예리)는 출판사 팀장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언니와 크게 싸워 5년 동안 통화도 한 적이 없던 그는 명상을 한 후 언니와도 화해하며 모든 것이 새롭게 변하는 듯했다. 5년 전 9년 사귄 남친과 헤어지며 오래된 친구인 박찬혁(김지석)과도 절교했던 은희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명상 관련 책을 출판하기 위해 준비하며 모든 일이 그렇게 쉽게 풀려나가는 듯했다. 첫째가 가지는 책임감을 질 필요 없는 둘째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어긋나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을 몰아붙이는 잘못된 행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지 걱정도 크다.

막내 김지우(신재하)는 영상 제작을 하는 찬혁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한 지우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모님의 졸혼 선언에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 큰누나는 아빠 편이고, 둘째 누나는 무조건 엄마 편이다.

서로 나뉜 누나들과 달리, 막내인 지우는 어느 한쪽을 편들 이유도 없어 보인다. 물론 가부장의 전형을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명절에도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많이 볼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tvN 새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트럭을 몰며 물건을 배달하는 아버지는 22살에 결혼해 평생을 가족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 그의 선택은 오히려 가족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명절에는 일거리가 더 늘어 가족과 함께할 수가 없다. 중요한 순간마다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는 그렇게 가족들 사이의 섬이 되고 말았다.

가족이지만 가족일 수 없었던 아버지는 그렇게 점점 말이 없어지고, 가부장의 모습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버지와 가족들이 대치 아닌 대치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때 너무 사랑해 결혼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다짐했던 부부는 그렇게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를 보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큰딸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아버지를 측은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트럭을 몰고 전국을 떠돌며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아버지를 존경한다. 둘째는 아버지의 노력을 이해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무조건 엄마 편이다.

가족은 있지만 가족이라 부르기 어려운 상식은 그렇게 산을 찾았다. 산악회 사람들과 더 친했고, 그렇게 야간 산행을 떠난 그는 소식이 없다. 갑작스러운 실종 사건에 모두가 긴장했고, 가족은 몰랐던 비밀이 드러났다. 수면제를 모아 차 안에 가지고 다녔다는 상식.

언제든 모아둔 수면제를 들고 산에 올라 끝을 내겠다는 말을 해왔다는 상식은 정말 그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다 핀 꽃을 한 시간 동안 바라보다 CCTV도 없는 곳으로 사라진 상식은 머리를 다친 후 병원으로 실려 갔다.

tvN 새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건강상 큰 문제가 없다는 상식은 자신을 찾아온 가족 중 유일하게 아내인 진숙만 알아봤다. 자신의 외모가 급격하게 변한 것이 이상하다는 상식은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어버렸다. 치매는 아니지만 기억의 많은 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22살에 멈춰있었다. 상식이 기억하는 1982년 10월 13일은 자신이 현재의 아내인 진숙에게 프러포즈를 했던 날이다. 무뚝뚝한 가부장이고 아내에게 화만 내던 상식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너무나 다정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22살 상식은 그렇게 아내 진숙을 끔찍하게 여겼다. 다방에서 만난 22살 상식과 진숙은 어색한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했다며 어떻게 하냐는 진숙에게 불쑥 반지를 꺼내며 결혼을 해달라는 상식.

갑작스러운 프러포즈에 놀란 진숙은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상식이 내민 반지를 받았다. 그날로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그들은 그렇게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비밀이 존재했다. 상식이 그토록 사랑했던 진숙이 임신한 첫째는 그의 아이가 아니었다.

진숙은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의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상식은 그럼에도 진숙을 사랑했다. 그런 상식의 줄기찬 사랑 고백을 거부해왔던 진숙은 위기에 처한 자신을 품은 상식과 엉겁결에 부부가 되었다.

tvN 새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했지만, 진숙에게 상식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는 아니었다. 줄기차게 사랑을 고백하고,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 결혼까지 해서 세 아이를 두고 살고 있지만 위험했다. 그런 상황에서 상식은 조금씩 변해 갔고, 이제 더는 함께 살 수가 없다고 판단해 진숙은 졸혼을 선택했다.

졸혼을 선택하고 집까지 내놨지만 모든 것은 허사가 되었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22살에서 기억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입밖에 절대 내지 않았던 첫째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냈다. 물론 악의가 아닌, 너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걱정한 말이었지만 진숙에게는 무겁게 다가왔다.

첫 주 <가족입니다>는 중심인물들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서 생명을 넣었다. 매력적인 이야기 속에 관계들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축했다는 것은 중요하다. 봐야 할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은 비밀이 있고, 그런 관계는 항상 어긋난다. 침묵은 결국 균열을 만들고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후 가장 뜨겁게 사랑했던 22살의 나이로 돌아간 아버지로 인해 이들은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제대로 된 가족 드라마 <가족입니다>는 김혜자, 한지민의 <눈이 부시게>를 떠 올리게 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드라마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긋나고 뒤틀린 이들 가족이 과연 서로의 진짜 모습들과 마주할 수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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