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장혜진은 없었다. 아마도 사람들은 장혜진의 미스터를 보기 전에 미리부터 이소라의 넘버원을 잔뜩 기대했을 것이다. 앞서 대중에게 신선하고도 즐거운 충격이 됐던 이소라의 넘버원은 보아가 아닌 이소라가 더 컸었다. 물론 보아는 아이돌에 가둬둘 수 없는 훌륭한 솔로가수지만 그래도 이소라는 보아가 아닌 자신의 넘버원을 불렀기에 자신도 원곡 가수도 모두 살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장혜진이 결국 카라의 포인트 댄스까지 추는 파격을 보였지만 무대가 끝난 후 그녀를 칭찬한 사람은 카라뿐이었다. 그나마도 상투적인 말이어서 정말로 감동이고, 영광인지도 잘 모를 일이었다. 미스터는 카라에게 있어서 대단히 상징적인 노래다. 애초에 타이틀곡도 아니었어도 결국 지금의 카라의 위상은 미스터가 가져다 준 변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노래가 전설의 장혜진이 불러 긍정적인 평가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장혜진의 7위가 그녀의 무대, 그녀의 의도까지 규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장혜진의 실수가 있었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날 아이돌의 노래들이 많았다. 장혜진 말고도 김범수가 외톨이야(그것도 표절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를, 옥주현이 과거 핑클 멤버였던 이효리의 유고걸을 들고 나왔다.
만일 김범수와 옥주현이 평소처럼 선곡했다면 장혜진의 무대는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평소라면 윤도현과 김범수 외에는 발라드를 불렀을 것이고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가수들이 대거 댄스곡을 부르게 된 것이 단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떻게든 제작진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래 아이돌이었던 옥주현보다 못한 7위의 평가를 받은 것은 장혜진의 몫이다.
장혜진은 7위라는 충격을 경험한 후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장혜진다운 노래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도전하고픈 노래 미스터는 장혜진다운 노래가 아니었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7위로 내려앉은 순위보다 더 실망스러운 변명이었다. 신인가수도 아닌 장혜진이 자기답지 않은 노래를 들고 무대에 오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과연 장혜진다운 노래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마저 생길 지경이다. 이번 장혜진이 부른 미스터는 한마디로 조카 옷을 억지로 입은 이모 같았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그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래서 가창력이 이미 갖춰진 가수들 간의 승부는 바로 편곡에 의해 갈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편곡은 가수 혹은 소속사의 의도를 뛰어넘어 나가수의 퀼리티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장혜진의 미스터는 그냥 그대로 카라가 불러도 무리 없을 편곡이었다. 장혜진이 나가수에서 롱런하고자 한다면 편곡자를 바꾸든가 아니면 둘이 지금보다 더 많은 대화와 고민을 나눠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가수가 아니라 어디라도 장혜진답지 않은 노래는 다시는 부르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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