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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등장한 시사매거진2580, ‘식사매거진’ 됐나?[기자수첩] 평양냉면 조리 비법 알려주는 참 친절한 ‘시사’
송선영 기자 | 승인 2011.07.11 16:36

“별 게 다 시사다”

10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2580>에 대한 시청자 및 누리꾼들의 원성이 높다.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와 관련한 보도를 갈망하던 시청자 및 누리꾼들의 기대를 한 번에 꺽은 <시사매거진2580>이 시사 현안을 주로 다루는 방송임에도 이날 방송에서 평양냉면을 ‘집중’ 조명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시청자, 누리꾼들의 충격(?)은 배가 됐다.

   
  ▲ MBC 시사매거진2580 7월10일 방송 화면 캡처  
 
먼저, 이날 <시사매거진2580>은 ‘수빅과 영도조선소에 무슨 일이 생겼나?’ 방송을 통해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를 다뤘다. 그러면서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필리핀에 있는 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물론, 방송은 ‘해고 철회’를 외치며 고공 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심경을 전하고, 김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이야기를 다루는 등 한진중공업의 해고 사태를 다루긴 했다. 하지만 애매했다.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의 실태를 파악하기엔 뭔가 2% 부족했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 또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방송은 한진중공업 쪽과 해고자 쪽을 철저하게 나눈 채, 그 어느 쪽 편도 들어주지 않은 채, 철저히 ‘기계적 균형’ 관점에서 사안을 다뤘다. 해당 방송을 제작한 제작진에게는 무척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번 방송은 노사 균형을 맞추기 널려있는 팩트들을 담담하게 나열한 수준이라해도 지나친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보도를 지상파3사를 통해 시청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시청자 및 누리꾼들의 기대는 컸다. 방송이 나가기 전, 누리꾼들은 트위터를 통해 ‘본방 사수’ 의지를 밝히며 한껏 고무된 표정을 보였다. “희망버스 못 탔으면 이 정도는 하자”라는 트윗이 인터넷상에 수없이 퍼졌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 그 기대는 허무함으로 바뀌었고, 이내 MBC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한 때 유행하던 <개그콘서트> 코너를 인용한 누리꾼들의 일갈도 이어졌다. “이건 취재한 것도 아니고 취재 안한 것도 아니여, 이건 보도한 것도 아니고 보도 안한 것도 아니여”

방송 직전, 트위터를 통해 <시사매거진2580> 본방 사수 의지를 밝히던 문화평론가 진중권씨의 실망도 컸다. 그는 방송 직후 “2580, 눈치 보면서 만든 듯. MBC, 맛이 많이 갔네요. 요즘은 차라리 상업방송인 SBS가 더 공익적인 것 같아요” “보도를 보고 새로운 걸 알게 된 게 아니라, 기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세상 사람들 다 알고 오직 그만 모르는) 새로운 게 더 많아요”라는 메시지를 통해 방송을 본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 MBC 시사매거진2580 7월10일 방송 화면 캡처  
 
문제는 이 뿐 아니다. ‘평양냉면, 서울점령기’ 방송에 대한 시청자 및 누리꾼들의 비판은 가히 폭발적이다. 시사 관련 현안을 주로 다루는 <시사매거진2580>의 방송 주제로 평양냉면이 과연 적합하냐는 비판부터 시작해 냉면 가게 이름을 그대로 밝힌 채 비법을 전하는 것은 지나친 홍보 아니냐는 비판 등이 거세다. 누리꾼들은 이날 <시사매거진2580>을 ‘식사매거진2580’이라 이름 붙였다.

<시사매거진2580>은 방송을 통해 평양냉면에 푹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방송은 그러면서 유명한 냉면집인 우00, 을지00, 필동00을 직접 언급하며 냉면 맛의 비법이 무엇인지 친히 설명했다. 또, 스파게티 면과 메밀로 만든 냉면 면의 성질을 분석하는 실험도 진행했고, 평양냉면 육수와 된장찌개 국물을 친히 비교 분석까지 하는 부지런함도 보였다.

사실 <시사매거진2580>이 시사 현안만을 주요하게 다뤄왔던 건 아니다. <시사매거진2580>은 최근 들어, 나는가수다 열풍을 다루기도 했고, 가출 청소년 문제, 황혼 이혼 문제, 간접흡연을 둘러싼 논란 등을 다루기도 했다. 또, 매주 방송되는 3개의 아이템 가운데에는 시청률을 의식한 말랑말랑한 ‘연성 아이템’이 늘 자리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권력과 자본, 그리고 정부를 향한 매서운 비판의 시선은 사실상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찾기 힘들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맛집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버젓이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방송되었다는 사실은 시청자 및 누리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됐다. 몰론 시청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여름 시기를 맞아 충분히 다뤄볼 만하고, 시청자들이 아무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아이템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이 방송을 통하지 않더라도 무수히 많은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주제가 ‘냉면’이다. 몇 개 남지 않은 MBC 시사 관련 프로그램에서조차 맛집을 다룬다면, 2011년 지금 한국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현안들은 과연 어느 방송이 다뤄야 하는 것일까.

점점 변해가는 MBC를 보면서, 그 안에서 조금씩 변하는 MBC보도들을 보면서 분명 MBC라는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은 큰 자괴감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나마 남았던 기대마저 탈탈 저버리게 만드는 요즘 MBC의 행태에 큰 자괴감을 느끼며 TV를 끄는 시청자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는 사실을 구성원들은 기억해야 할 것 같다.

   
  ▲ MBC 시사매거진2580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화면 캡처  
 
다음은 이날 <시사매거진2580> 보도에 대한 트위터 반응 중 일부분이다.  

“2580 본방 사수 했겄만 엠비씨 정말 너 너무 한다. 널 위해 촛불 들었던 거 무지 후회 된다..ㅠ.ㅠ”

“2580에서 냉면 얘기가 나올 때는 요즘 치솟는 물가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지역별 냉면 맛의 차를 설명하고 있다. 이제 2580마저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되나보다.”

“<시사매거진 2580>이 ‘요리매거진 2580’으로 프로가 바뀌었나요? ‘냉면 내용’은 더할나위 없는 심층보도… ‘한진사태’는 수박 겉핥기에 양비론… 차라리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MBC 시사 망가진 VS 식사 매거진 2580 ㅋㅋㅋ 막상막하 MBC 시사 망가진에 한표!!”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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