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한 통의 기일출석요구서를 전달받았다. KBS경영진이 미디어스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내용이다.

이 같은 사실을 스트레이트 형식의 기사체가 아니라 칼럼으로 쓰는 이유가 있다.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라는 객관적 사실을 뛰어넘는, 주・객관적인 진실의 세계가 이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는 돌고 있다’는 당시 증명할 수 없는 믿음은 무소불위의 권력도 빼앗을 수 없었다.

▲ 서울 여의도 KBS본관 ⓒ 미디어스
KBS경영진이 이유를 붙여 이 글도 문제 삼는 것은 본인들 의사의 문제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전적으로 돌아올 책임의 문제라고 해도 말을 막을 수 없다.

본론에 앞서 이번 언론중재위 건은 KBS에서 제기하는 두 번째 송사면 송사다. 첫 번째는 2009년 11월 KBS노동조합이 제기한 민사소송이었다. KBS노조의 민사소송은 얼마 전 마무리됐다. 하나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건이 생긴 셈이다.

KBS노조 민사소송의 핵심은 이병순 전 사장의 연임을 현실화시키려는 노력으로 회자되곤 한다. KBS노조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기는 ‘이병순 전 사장 연임이냐, 아니면 김인규 사장이냐’가 결정되기 이전이었다.

이 때 미디어스는 이병순 전 사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KBS노조를 비판한 바 있다. 이게 민사소송으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KBS노조는 김인규 사장 후보를 청와대 낙하산으로 규정하며 반대운동에 나섰다. KBS노조가 미디어스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입을 막아보자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생생한 상흔을 남긴 이병순 사장이 또 다시 KBS 사장직을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무늬만 다르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바뀌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KBS노조의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도 변함없었다.

결국 김인규 후보가 사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KBS경영진의 이번 언론중재위 건을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참 세상은 변하지 않은 아이러니다. 김인규 KBS 사장에게 한 번 봐달라고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KBS경영진의 이번 언론중재위 건에 비판 언론 옥죄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달 법하다. 도청 의혹 등으로 6월 임시국회에서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수신료 인상안 처리가 물 건너간 후 모르면 몰라도 KBS경영진이 날이 설 대로 섰다는 추측은 짐작 가능한 영역이다. 또한 입 막기 위한 희생양, 즉 시범케이스를 고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도 짐작 가능한 일이다. 시범케이스의 대상으로 약한 고리, 즉 힘없는 언론사라면 KBS경영진으로서는 족할 듯 싶다.

현재 KBS경영진은 날이 설 대로 서 줄소송도 마다하지 않을 듯 싶다. 출발점이 미디어스였을 뿐이라는 얘기다.

걷잡을 수 없이 도청 의혹 수사의 칼끝이 KBS로 향하고 있다. 경찰은 금주 내 도청 의혹 당사자로 압수수색을 받은 장 모 기자와 한선교 의원을 출석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손바닥을 들어 태양을 가릴 게 아니라 수신료를 내는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게 마땅하다. 손바닥을 들어 태양을 가리는 것도 안 되는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는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고 난 후, 사태가 정리된 이후 해도 늦지 않다. 이처럼 앞뒤가 바뀌었으니 시범케이스 찾기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것이다.

미디어스는 KBS를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적이 없다. 있다면 수신료의 가치를 모르는 KBS 경영진에 국한될 것이다. KBS에는 수신료의 가치를 아는 건강한 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과 KBS경영진은 구분돼야 한다는 생각이며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

며칠 전 모 작가와 대한민국의 독립언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독립언론이 가능한가 하는 이야기였다. 대상은 한겨레, 경향이 아니었다. 국민 누구나 똑같은 수신료를 내는 KBS에 대한 아주 먼 훗날쯤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둘째치고 수신료 인상조차 힘든 게 KBS경영진의 현주소다. 누굴 탓할 문제가 아니다. KBS경영진은 수신료 인상이라는 오늘 하루만 살기 때문이다. 도청 의혹, 총선 때 보자는 민주당 국회의원을 향한 겁박 등은 오늘 하루만 살겠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비판 언론 옥죄기를 추가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옥죄기를 못 이겨 KBS에 무관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심을 끄라고 하는데 그렇게는 못하겠다. 저번처럼 KBS경영진의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에도 바뀔 것은 없다.

KBS경영진은 이번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서에서 KBS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제발 부탁이다. KBS경영진은 자신들을 KBS와 등치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비록 비판 기사에서 KBS라는 주어를 붙였어도 경영진에 한정된다는 행간을 읽어줬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의 명예를 훼손한 적 없다. 명예훼손을 했다면 수신료의 가치를 모르는 경영진에게 해당될 뿐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그래서 갈 길은 간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