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는 거의 김병만, 이수경 조가 최종 우승에 도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뒤를 크리스탈, 이동훈 조 그리고 이규혁, 최선영 조가 바짝 뒤쫓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키앤크의 대세로 굳혀진 김병만, 이수경 조를 추월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키앤크가 이번 주부터 탈락자를 내기 시작했는데, 매회의 경합이 아닌 누적 점수로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에라도 역전이 더욱 쉽지 않다.

분명 이른 감이 있지만 이제 키앤크는 누가 1위를 하느냐의 궁금증보다는 생초보 스케이터 김병만이 최종 경합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리냐는 기대감으로 바뀐 듯하다. 물론 결코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 특히 공동 2위를 차지한 두 팀의 추격이 더욱 거세질 것이겠지만 김병만, 이수경 조가 다른 팀보다 빠르게 얻은 것 때문에라도 쉽게 추월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

1회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김병만, 이수경 두 사람은 모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강철심장 김연아마저 울렸다. 이번에는 비록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어도 그들 사이에는 눈물보다 더 절실하고 진득한 신뢰가 묻어났다. 그것은 역시 김병만의 노력 때문이었다. 남과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니 더 잘하겠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동기부여이다. 그렇지만 2회를 준비하면서 김병만이 스스로에게 준 미션은 파트너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김병만은 다른 참가자들 특히 남자 참가자들 중에 가장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졌다. 이번 공연 미션은 남자 스케이터가 여성을 들어 올리는 리프트 동작이었다. 그러나 파트너보다 키가 더 작은 김병만으로서는 다른 어떤 미션보다 가장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리프트 기술은 남자에게 더 많은 힘과 기술이 필요한 것이기에 김병만으로서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고,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파트너 이수경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달인이라는 그의 공식 수식어보다 김병만이 파트너 이수경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 노력에는 이기고자 하는 승부보다는 동료를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물론 자신을 불안해하면서도 차마 말로 표현하기 저어하는 이수경의 두려움과 배려심도 김병만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연습 벌레 김병만이 지난 찰리 채플린 때보다 두 배 더 연습해야 했었다고 말한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더 나은 기술과 표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파트너를 보호할 수 있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란 신뢰를 주기 위함이었다.

피겨 스케이팅이나 발레 등 커플 경기에서 리프트는 부상의 위험이 가장 높은 기술이다. 물론 들리는 쪽도 기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의 신뢰와 호흡이 잘 맞아야만 아름다움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이들은 이미 호흡은 잘 맞는 것이 분명하고 남은 것은 신뢰였는데, 그 신뢰를 위해 김병만이 선택한 방법은 당연하지만 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넉넉한 진정성이었다. 커다란 식탁 다리를 잡고 균형 잡는 연습을 하고, 이수경보다 무거운 더블백으로 무게에 익숙해지는 혼자만의 연습을 더 많이 한 것이다.

김병만이 달인에 이어 키앤크에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경합 때 보이는 믿겨지지 않는 기술 때문이 아니다. 김병만은 파트너를 비롯해서 그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은 참 마술처럼 신기한 것이지만 마술 같은 눈속임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땀만으로 이룬 결실이다. 인간이 흘리는 땀만큼 정직한 기술은 없다. 그 정직한 땀은 눈물만큼 진하다. 김병만은 달인을 넘어 인간 김병만이 되어간다. 새삼스러운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김병만을 통해서 웃음과 함께 그보다 더 큰 사람 자체를 얻는다. 그 진정성이 전해질 때 겉으로 보이는 눈물보다 더 진한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는 SBS가 대단한 투자를 했음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예상 외로 아주 잘해내는 몇 사람의 발전은 이 프로를 서바이벌보다는 성장 버라이어티로 바꿔주고 있다. 크리스탈이 그렇고 의외의 선전을 하는 이아현이 또 그러하며 무엇보다 김병만이 그렇다. 다른 서바이벌도 비슷하게 최종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키앤크는 유난히 그 과정의 이야기가 절실하게 전달되고 있다. 비록 다른 예능에 비해 고전하고 있지만 적어도 시작보다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줄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대부분이 탈락하게 되는 서바이벌의 잔혹함을 이길 휴머니즘이 키앤크에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