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광장동 워커힐 수영장에서 열린 20‘s 초이스(Mnet)는 굵은 빗줄기 속에 진행됐다. 그리고 유튜브로 전 세계에 중계된다는 시상식은 단지 엉망인 채로 끝을 맺었다. 중국 연예인의 인사말에는 자막이나 동시통역 서비스는 되지 않았고 방송 도중 오디오가 겹치고, 스태프들이 우왕좌왕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그뿐 아니다. 비로 인해 수상자가 지각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야외 세트에서 진행된 탓에 여기저기서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수난이 속출했다. 급기야 포미닛의 현아는 신고 있던 하이힐을 뒤쪽으로 벗어던지고 자신의 춤을 계속해야 했다. 요즘 여자 연예인들의 유행인 하의실종에 이어 신발실종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라 무대환경이 강요한 임기응변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현아의 맨발 댄스를 투혼으로도 보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욕망을 드러낸 시선으로 볼 뿐이었지만 과연 그렇게 보고 말아야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흔히들 하이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라고 한다. 게다가 어떻게든 늘씬해보이고자 여자 연예인들의 굽높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중요한 시상식에서 그 하이힐을 벗어던진 것을 예사롭게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비로 인해 미끄러운 바닥에서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자 과감하게 구두를 포기한 현아의 임기응변과 용기는 칭찬받을 일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상황을 만든 시상식 제작진의 무대책, 무개념은 분명 지적되어야 할 부분이다. 지난주부터 한국은 장마권에 들어섰고, 꼭 장마가 아니더라도 7월의 서울은 언제 소나기가 쏟아져도 특별히 운을 따질 일은 아니다. 수영장을 기본으로 한 세트는 보기에 좋았지만 비가 내리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댄스 그룹에게는 별도의 공연장소를 마련했어야 했다. 급기야 f(x) 크리스탈은 넘어지는 굴욕을 얻게 됐다.

넘어진 크리스탈이나 맨발의 댄스를 보인 현아 모두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미끄러워 보이는 무대 플로어에 비까지 겹쳤는데도 이렇다 할 비상시 대책 없이 가수들을 무대 위로 내보낸 제작진의 안전불감증에 오싹한 잔인함을 느끼게 된다. 비가 행사시간에 갑자기 쏟아진 것도 아닌 워커힐 내 다른 장소를 마련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점에서 주최측은 변명거리가 없다.

전국 혹은 국제적 다원방송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에 호텔 내 얼마든지 비에 젖지 않은 실내 장소를 세트로 마련해 가수들에게 안전한 공연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만에 하나 비에 젖은 무대에 미끄러져서 가수 중 누가 큰 부상이라도 입었다면 그 뒷감당은 어쩔 것인가. f(x)와 현아는 현재 신곡을 내놓고 공식 활동 중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위험한 무대에 그냥 올려보낸 소속사 역시도 강심장이라고 칭찬해주긴 어렵다.

작년 한동안 유명했던 꽈당승연 이야기가 있다. 보통 가수들의 무대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다소 미끄러운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내가 아닌 실외라면 흐린 날씨라도 훨씬 더 미끄러울 수밖에 없다. 거기에 비까지 종일 쏟아진 노천이었다면 방송 화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출연자 특히 댄스 그룹들의 안전은 반드시 챙겼어야 했다. 20‘초이스 행사가 가수들 은퇴 무대가 아니라면 7일 보였던 무책임한 모습들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CJ&EM 계열 케이블 방송사 전 채널로 생중계 된 20‘S 초이스가 방송적으로, 시상식으로서의 권위가 무너지고 망신사는 것까지는 그들의 문제이니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출발드림팀에 출연했다가 골절을 입어 일년 가까이 활동을 접어야 했던 조성모의 예가 있듯이 요즘 나가수에 무도 가요제까지 겹쳐 아이돌 그룹들이 힘겨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데, 거기에 부상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무대에 서게 했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지진과 쓰나미만 재앙이 아니다 누군가의 부주의로 인해 불행을 겪게 되면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바로 재앙인 것이다. 방송도 좋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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