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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미디어비평까지 '민주당 비난' 동참[기자수첩] 화풀이성 수신료 보도, 과연 KBS에 이로울까?
곽상아 기자 | 승인 2011.07.04 13:42

"민주당이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자 이성을 잃고 민주당 비난성명 수준의 보도를 국민의 전파를 이용해 내보냈다. 공영방송을 사유물쯤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6월 3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논평)

"KBS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악의적인 '보복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야당이 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아전인수 격의 보도를 해왔던 KBS가 이제 3류 사이비언론의 행태마저 보이는 것이다."(6월 30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논평)

수신료 인상과 관련, KBS가 '뉴스9'을 통해 민주당을 맹비난하는 보도를 연달아 내보낸 것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이다. KBS는 민주당의 강한 반대로 인해 수신료 인상통과가 어려워지자 '뉴스9'에서 "민주당의 합의 파기로 국회가 무력화되면서 30년 만에 수신료 현실화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민주당'을 정조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런데 '보복성 보도' '전파 사유화'라는 지적은 '뉴스9'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 1일 저녁, KBS 1TV '미디어비평' <'수신료 보도' 이해 따라 제각각> 캡처.  
 
유일한 언론비평 방송프로그램인 KBS '미디어비평'은 1일 저녁 <'수신료 보도' 이해 따라 제각각>에서 자사 최대 현안이자, 최근 언론계ㆍ정치계 핵심 이슈였던 '수신료인상'에 대해 다뤘다.

KBS '미디어비평'은 2008년 11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했으며, '미디어포커스'의 후속 프로그램 격이다. 2003년 방송을 시작한 KBS '미디어포커스'는 2008년 8월 이병순 당시 KBS 사장이 취임사에서 "대외적으로 비판받아온 프로그램의 존폐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몇달 만에 프로그램 이름과 시간대가 변경됨으로써 5년 5개월만에 막을 내린 바 있다. 당시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성명을 내어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이름을 버리는 것은 '미디어포커스 폐지'를 줄곧 부르짖어 온 일부 언론과 정치 집단에 대한 '보여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반발했었다.

1일 저녁 미디어비평은 수신료 인상 그 자체를 다루기 보다는 '수신료 인상 보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이었지만, 최근 수신료 사태에 대한 해석은 철저히 'KBS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었다.

미디어비평은 민주당의 합의 번복과 관련한 보수, 진보 언론의 논조를 짚으면서 "현재의 수신료 인상 방안이 민주당측 안이라는 점을 언급한 언론은 없었다"고 비난의 화살을 '민주당'에 돌렸다.

미디어비평은 "지난해 11월, KBS 이사회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시한 천원 인상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 안이 결국 지난 3월 국회에 상정됐고 여ㆍ야가 지난달 22일 어렵사리 합의처리하기로 약속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입장을 또 다시 번복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내놓은 안을 부정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비평은 고성국 정치평론가의 발언을 인용해 "공당이 자신의 약속을 상황이 변했다고 헌신짝처럼 버리게 되면 크게 보면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이라며 짐짓 준엄한 쓴소리도 날렸다.

그런데 여기서 사실관계를 하나 바로잡아야 겠다. 미디어비평의 리포트와 달리, 지난달 22일 여야가 약속한 것은 '합의처리'가 아닌 '표결처리'였기 때문이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표결처리'를 약속해 당내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다음날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이를 번복하게 된 것이 '합의 파기'의 배경이다. 합의 파기 자체는 공당의 신뢰 측면에서 부적절한 것이지만, 수신료를 내는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바람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민주당의 합의파기를 문제삼겠다면, 똑같이 한나라당의 합의 파기에 대해서도 한 줄이라도 걸치는 것이 KBS가 그토록 신봉하는 '기계적 균형성'을 갖추는 일이 아닐까 싶다. 시민사회로부터 어떠한 동의도 받지 못한 KBS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20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질의권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처리하자 민주당은 당일 '전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었다.

이에 다음날인 21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수신료 인상에 대해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해서 처리하겠다"며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했고, 민주당은 보이콧을 해제한 바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22일 "민주당이 24일 전체회의에서 수신료 표결처리를 약속하지 않는다면 오늘(22일) 강행처리하겠다"며 전날의 합의를 보기좋게 깨뜨렸다. 하지만 미디어비평은 한나라당의 합의 파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도 하지 않았다.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나라당의 수신료 강행처리 예고에 민주당이 문방위 회의장 점거에 들어갔던 28일 KBS 기자들이 국회에서 보였던 '민주당 의원들과의 설전 혹은실랑이'에 대한 보도다.

당일 KBS 기자들은 "1000원 인상안은 민주당이 먼저 내놓은 것이다" "2월에서 4월로,4월에서는 6월로, 이제는 9월이라고 미루니까 (한나라당도) 거부하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질문 폭탄을 쏟아내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었다. 모 기자는 민주당 의원에게 "총선에서 봅시다"라며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전재희 문방위원장이 KBS의 국회 출입 선임기자에게 "(민주당) 설득 다 했다면서? 어떻게 설득했기에 상황이 이래요?"라는 말함으로써, KBS 출입기자들이 직접 나서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로비를 해왔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영방송 기자들의 이 같은 행태에 시민들의 비판이 빗발쳤고, 시민단체는 오는 6일 '오늘 기자는 누구인가?-자사 이기주의와 기자윤리의 실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디어비평은 "진보 신문은 국회 파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현장에 있었던 KBS 취재진들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만 언급했다. 미디어비평이 전신 격인 미디어포커스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면 KBS 취재진들의 추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어야 하지만, 현재의 KBS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난망한 일이다. 

미디어비평은 20일 한나라당의 법안심사소위 날치기를 비판하는 진보신문에 대해 "수신료 문제를 두고 각 언론사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결과"라며 종합편성채널을 준비 중인 조중동의 보도와 동급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미디어비평은 수신료 사태와 관련해 "신문과 방송 모두 각자 이해 관계에 따라 보도의 관점도 온도도 차이가 있었다"고 했지만, '이해 관계에 따른 보도'의 정점에는 미디어비평을 포함한 KBS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이 문제'라는 말만을 주술처럼 되뇌고, 화풀이성/책임전가식 보도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KBS에 이로울지 의문이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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