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최고 히트곡은 아무래도 GG(박명수와 지 드래곤)의 바람났어가 될 전망이다. 각 음원 사이트 1위 자리에서 며칠이 지나도록 요지부동이다. 매주 일요일 밤부터 시작해서 월요일까지 벌어지던 소위 나가수 차트도 이번에는 무도 가요제에 밀려 통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처지는 곡들도 나오고 있지만 의외로 파리돼지엥(정재형, 정형돈)의 순정마초가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대체적인 순위를 보자면 바람났어, 압구정 날라리,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흔들어 주세요 그리고 순정마초 순으로 순위가 정리되고 있다. 여름 분위기를 제대로 겨냥한 바람났어의 성공은 빅뱅 팬덤의 적극적 지원도 있기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고, 그 뒤를 잇는 압구정 날리라 또한 유재석이라는 예능 일인자의 인기로 볼 때 2위가 아쉬울 정도다. 그렇지만 바다처럼 가창력이 돋보인 것도 아니고, 싸이처럼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었던 것도 아닌 순정마초의 분발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그것은 파리돼지엥이라는 무도 가요제가 낳은 최고의 커플 정재형, 정형돈의 힘이다. 정형돈이 이미 미존개오라는 절정의 호를 김태호 PD로부터 받았고, 비록 무도 가요제에 제한된 커플이지만 파리돼지엥은 분명 무한도전에서 또 다른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그런데 성씨가 같은 이 두 사람의 이름에 진작부터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어 파리돼지엥의 결합이 우연 이상의 운명적 만남이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들의 이름에서 한자씩을 결합하면 서로의 이름이 된다. 재형과 형돈의 첫 글자를 합치면 재형이 되고, 둘째 글자를 합치면 형돈이 된다. 장유유서의 나라답게 형인 재형의 이름이 먼저 조합되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우연히 독자의 제보로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비밀 아닌 비밀을 알게 되면서 순간 오싹함을 느낄 정도로 신기했다. 세상의 어떤 콤비도 이름마저 이토록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를 찾아볼 수는 없을 것이다.

2009년 무도 가요제는 명카 드라이브의 냉면이라는 대 히트곡을 낳았다. 이번에도 바람났어가 그 뒤를 이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무도 가요제가 낳은 최대 히트 상품은 노래보다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파리돼지엥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우호적이지 않고, 끝까지 서로를 거부하는 듯한 이 부조화 속 환상의 호흡을 보인 최강의 개그 커플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정재형의 대단히 복합적인 캐릭터가 주는 호감과 흥미가 매우 크다. 거기에 분명 뒤처진 감각일 수도 있는 정형돈 식 개그가 결합돼 이들을 보면 웃음을 참아낼 수 없게 된다. 파리돼지엥은 마치 신종 바이러스처럼 참아낼 수 없고, 외면할 수 없는 웃음을 자극한다. 가요제 당일까지도 10센티에게 곡 하나를 달라고 진상을 부릴 정도로 엉뚱했던 이 둘은 그러나 정작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서는 마치 뮤지컬의 클라이막스를 보는 것 같은 비장함과 절실함으로 순정을 다한 마초의 심정을 토로했다.

분명 웃기기도 하지만 정작 웃기에는 뭔가 심각한 파리돼지엥의 순정마초였다. 바다의 맑은 음색에 다시금 놀라고, 지 드래곤의 명불허전의 무대 퍼포먼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지만 무도 가요제가 끝난 후의 여운은 어쩐지 순정마초가 가장 크게 남는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파리돼지엥의 한 축인 정재형이 가요제를 마치고는 홀연 파리로 날아가 버렸다. 이조차도 참 마초답다. 그래서 더 안달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다분히 여성적인 정재형이 마초를 외치는 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지 웃긴다.

그러나 너무나도 아쉬운 것은 파리돼지엥을 무한도전에서 계속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무한도전에는 일곱 명의 적지 않은 멤버가 버티고 있기에 거기에 추가 인원을 두기는 무리가 되는 일이다. 정재형만 다른 예능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러기에는 파리돼지엥이 남긴 강력한 인상이 너무 크다. 요즘 예능의 키워드는 노래다. 그러나 노래가 너무 커져서 예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노래가 너무 많다. 분명 과소비 되고 있어 너무 일찍 식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렇지만 파리돼지엥이란 재료라면 정말 맛있는 음악예능이 나올 것만 같은 기대감이 충만하다. 누가 파리돼지엥을 다시 예능에 붙잡아올 사람 없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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