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가 말 그대로 성황리에 끝났다. 그간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무한도전 본연의 웃음도, 그리고 참여한 뮤지션들에 대한 기대치만큼의 음악적 완성도 역시도 한껏 만족시킨 결과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한도전 가요제가 언제나 그랬듯이 행복한 축제의 의미를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노래가 대중문화의 중심인 적이 있었을까 싶다. 그 현상의 중심에는 나가수가 있다. 그러나 조금 안타까운 것은 나가수가 주도하는 노래 문화가 다만 즐기는 것이 아닌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부작용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노래에 다른 어떤 것도 부담지우지 않은 그대로의 즐거움을 담아냈다. 심지어 순위를 정했던 지난 가요제와는 달리 전원 대상이라는 반전을 동원해 작금 횡행하는 노래 대결의 풍조를 조용히 꾸짖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것을 굳이 디스라고까지 표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해석이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무한도전이 목적한 축제의 의도와 배치된다. 무한도전이 풍자하고, 상징하는 수법이 하루이틀도 아니지만 적어도 디스라는 말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축제는 누구를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보듬고 그럼으로써 치유되고 그래서 모두 행복해지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렇다. 그래도 끝까지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나가수에 대한 경고보다는 잔혹의 재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중에 대한 완곡한 설득이라고 해두고 싶다.


GG의 바람났어, 2009년 명카 드라이브 재연 조짐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이번 서해안 가요제 노래들이 얼마나 히트할까에 모아지고 있다. 혹자는 박명수와 지 드래곤의 바람났어가 2009년의 냉면을 뛰어넘을 대박 히트곡이 될 것이냐에 관심을 두기도 한다. 충분히 기대할 만한 반응이었으며 좋은 노래들이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여름을 겨냥하고 등장한 2NE1,f(x), 티아라 등 아이돌 그룹들에게는 나가수 말고도 무시무시한 적이 하나 더 생긴 것이 돼버렸다. 더군다나 2009년 상황과 대단히 비슷한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2009년 박명수와 소녀시대 제시카의 냉면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소녀시대는 Gee의 히트 행진을 이어가려던 야심곡 소원을 말해봐를 생각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뒤이어 등장한 2NE1에게 곧바로 밀려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런 것처럼 이번에도 상황이 대단히 유사하다. 며칠 더 지나봐야 확실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무한도전 일곱 곡은 모든 음원 사이트를 완벽하게 점령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바람났어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듯 이박명수, 지 드래곤의 바람났어가 현재 대단히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고, 그 노래에 2NE1 박봄이 깜짝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그와 동시에 음원 순위 조금 아래 2NE1의 신곡이 더 올라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냉면과 소원을 말해봐처럼 바람났어와 내가 제일 잘 나가의 운명이 비슷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봄의 입장에서 이런 결과에 시쳇말로 대략난감의 상황일 듯싶다.


끝까지 놓지 못한 진상본능, 파리돼지엥

그리고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현장의 사람들은 모두 알 수 없었을 많은 백스테이지 상황은 티비 시청자만의 특권이다. 가요제의 분위기는 현장의 관객들이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겠지만 예능 무한도전을 전부 즐길 수 있는 건 티비를 통해서다. 단 한 순간도 예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예능인의 본능일 터, 무한도전은 가요제 마지막을 파리돼지엥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런 의도쯤이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투로 파리돼지엥은 유감없는 진상짓으로 백 스테이지를 뒤집어 놓았다.

일곱 명 전원 대상은 아름다운 결과지만 예능다운 즐거움은 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리돼지엥을 가장 늦게 주는 상황 하나만으로 결과에 부족한 예능을 마저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처진 달팽이로 시작해서 참가팀 전원이 대상 트로피를 받게 한 것은 정형돈 아니라 누구라도 진상의 기회라는 것을 알 정도로 무한도전 멤버들의 호흡은 잘 맞는다. 게다가 파리돼지엥의 개그 호흡은 마치 어지간한 개그 콤비 저리가라 할 정도인지라 그 상황을 똑따먹는 진상짓을 벌여 끝가지 웃음을 포기하지 않는 파리돼지엥의 최선을 보여주었다.

이제 서해안 가요제는 끝났고, 정재형도 파리로 떠났다고 한다. 파리돼지엥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워진다. 무한도전은 쉬지 않고 또 다른 도전과 웃음을 제공하겠지만 그래도 한동안 파리돼지엥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몇 곡의 노래뿐만 아니라 파리돼지엥앓이도 남겼다. 음악도 개그도 모두 만족시켰던 웃기는 악당(樂堂) 파리돼지엥 앓이를 어쩌나.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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