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최문순 사장 ⓒMBC
MBC 최문순 사장의 이임식이 29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 9층 대회의실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당초 예상과 달리 방송센터 스튜디오가 아닌 대회의실에서 행사가 진행돼 공간은 좁았지만 최 사장의 애정 어린 이임사로 분위기는 훈훈했다.

"바쁜 시간에 이렇게들 와주셔서 과분한 영광"이라는 말로 운을 뗀 최 사장은 눈에 띄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거론하며 "일 많이 시켜 죄송하다" "승진 못 시켜드려 죄송하다" "중간에 그만두게 해서 죄송하다"고 일일이 인사를 했다.

이어 최 사장은 "취임할 때 이 자리가 제 자리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때는 건성으로 말했는데 3년 후에 보니까 정말 이 자리가 제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사장'으로서의 생활을 회고했다.

"생긴 것도 사장감이 아니고 큰 사무실에 혼자 있는 것도 어색하다. 사장 되기 전에는 마티즈를 타고 다녔는데 에쿠스는 너무 넓어서 안절부절 못했다. 황우석 사태 때는 대중목욕탕 가니까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또 어색하더라.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될 줄 알았는데 오늘 이 자리까지도 어색한 채로, 잘 안 맞는 채로 이렇게 떠난다."

최 사장은 "처음에는 좌절과 분노로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다매체 시대가 되고 MBC의 위상이 손상되는 것을 보면서 쓸데없는 분노를 느꼈다. 지난 3년 동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해봤지만 돌아보니 정책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MBC 구성원들의 신뢰와 사랑, 존경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최 사장은 "앞으로도 MBC가 서로 믿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조직이 되길 바란다. 나는 분노로 시작했지만 사랑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임기 동안 굴곡도 많았지만 사랑도 많이 받았다. MBC가 세계에 우뚝 서는 방송이 되고 위기를 겪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날 MBC는 최문순 사장을 비롯한 신종인 부사장, 정흥보 기획조정실장, 윤영관 편성본부장, 신용진 보도본부장, 장태연 TV제작본부장, 이완기 기술본부장, 남정채 경영본부장에게 감사패와 함께 행운의 열쇠를 전달했다. 최 사장에게는 본인이 몸담았던 <카메라출동> 방송분 DVD도 전달했다.

이날 이임식에는 MBC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해 대회의실과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최 사장은 행사장으로 들어서면서 "평소에 좀 잘해주지"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자리에 앉으면서는 직원들의 자리를 정리해주면서 "나는 사장형이 아니라 실무형"이라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임식이 끝난 뒤 최 사장과 임원들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3년 임기 동안의 '마지막' 퇴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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