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정치권행을 비판하며 내놓은 정의연 후원금 사용 등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윤 당선인이 정치권행을 결심하기 전 이 할머니를 설득하지 않은 점, 정의연의 회계 내역이 불투명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정의연 측은 한 차례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해소되기에는 미흡해 향후 정의연 측의 자성과 구체적인 해명이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래통합당과 주요 보수언론에서는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향해 현재까지 불거진 문제의 크기를 넘어서는 단정적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논란 관련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정의연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후원금 부정 사용 논란 등에 대해 해명했다. 이 할머니의 문제제기로 피해자에 대한 직접지원 규모가 쟁점이 됐다. 정의연은 최근 3년치 기부금 내역을 공개, 2017~2019년 일반기부금 총 22억 1965만원 중 41%를 피해자지원사업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위안부 문제 연구, 추모 사업, 역사 교육 등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피해자 직접지원 금액은 9억원 가량이다. 일본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기금 출연금 10억엔을 거부한 8명의 할머니들에 대해 시민모금을 통해 각 1억원씩 여성인권상금을 지급했고,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정의연이 피해자 직접 지원에 사용한 금액은 매년 2300만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이 지점에서 이 할머니 등은 정의연이 피해당사자의 생활을 지원하지 않고 다른 활동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정의연측은 후원금 직접 지원만이 피해자 지원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1993년 위안부 피해자 생활지원을 위한 관련법 통과 이후에는 할머니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방식으로 지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쟁점이다.

이는 정의연이라는 시민단체의 성격과도 연관이 있다. 199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로 발족해 30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과 공론화에 앞장서 온 정의연은 피해자 생활안정 지원과 더불어 우리 사회 위안부 문제를 환기하기 위한 각종 피해자 지원 사업들을 전개해왔다.

후원금 회계처리 불투명성 논란과 관련해 정의연은 매년 내부감사와 외부전문가 세무확인을 받는 등 후원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후원금 지출내역 수혜자 규모, 지출항목 등 회계처리가 전반적으로 허술하게 이뤄진 정황과 관련해 인정하며 사과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으로 조성된 '김복동 장학금'이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에 한정된 점, 정의연 이사 자녀에 지급된 점과 관련해서 정의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의연은 여성 인권운동가인 김 할머니가 평소 쌍용차 해고노동자 투쟁, 사드 반대 투쟁 등 여러 사회운동에 연대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여성운동 등에 헌신한 활동가 자녀에게 2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윤 당선인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정의연은 일본정부의 10억엔 지급 등 일부 합의 내용은 이전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거론된 내용으로 당시 공유된 내용 역시 언론보도 수준에 불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측도 당시 외교부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등 협상의 핵심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일방통보를 해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2017년 외교부 위안부 문제합의 검토 TF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피해자 단체와 접촉한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의 핵심 내용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조해진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제기한 자녀유학 성금 유용 의혹에 대해 윤 당선인은 남편의 간첩조작사건 재심 일부무죄 형사보상금, 손해배상금 등으로 딸의 유학자금을 마련했다고 소명했다.

한국경제 5월 11일 <하룻밤 3300만원 사용…정의연의 수상한 '술값'>

이와 함께 일부언론에서 집중하는 이슈는 '맥줏집 3300만원 술값'이다. 한국경제는 이날 기사 <하룻밤 3300만원 사용… 정의연의 수상한 '술값'>에서 정의연이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결산서류 공시'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8년 디오브루잉주식회사에 기부금 3339만 8305원을 지출했고, 정의연이 실제 그날 사용한 금액은 430만원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는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매년 2300만원을 쓰면서 하루에 3300만원을 썼다는 비판 기사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맥주값 3339만원 썼다던 정의연, 430만원 결제>, 중앙일보 <맥줏집에선 3300만원, 할머니들에겐 2300만원 쓴 정의연>, <정의연 참 희한한 기부… 3300만원 지출 사용처는 맥줏집> 등이다. 조선일보는 '팔면봉' 코너에서 "하룻밤 3339만원어치 맥주 마셨다는 위안부 단체, 결제액은 430만원. 酒量(주량)에 놀라야 하나, 뻔뻔함에 놀라야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정의연은 11일 페이스북에 악의적 허위보도를 중단하라며 "국세청 기준에 따라 지출항목별 대표지급처를 기재하며 2018년 모금사업비 총액의 대표지급처를 '디오브루잉'으로 기재했다. 2018년 모급사업비의 지급처는 140여곳에 이르며, 3300만원은 140여곳에 지급된 지출총액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 정의연 후원의 날 행사로 지출된 이 비용은 '기부'가 아닌 '모금사업비'라는 설명이다.

조선일보 5월 12일 <맥줏집에서 3339만원 썼다는 위안부 단체, 기부금 내역 공개 거부>

조선일보는 사설 <맥줏집에서 3339만원 썼다는 위안부 단체, 기부금 내역 공개 거부>에서 "정의연은 이런 식의로 '정의'를 독점해왔다. 그런데 뒤에선 피해자 할머니가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한다"며 "'정의' '공정' '민주' '인권'을 내건 집단들의 파렴치와 내로남불은 국민이 익히 알고 있지만 '정의연'의 경우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난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도를 넘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날 기사 <"정의연, 신성불가침 권위 내려놓고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에서 '반일 종족주의'의 필자들이 후속작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의연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후속작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에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 기존 필진에 차명수 영남대 교수, 박상후 전 MBC 국제부장 등이 참여했다. 이 전 교수는 이 기사에서 "정대협의 운동은 신성불가침의 권위로서 군림해왔다"면서 이 할머니의 수요집회 불참 의사에 대해 "미래지향적 취지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다.

조선일보 5월 12일 <정의연, 신성불가침 권위 내려놓고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중앙일보는 '정부 조사'를 꺼냈다. 중앙일보는 사설 <위안부 할머니 제기한 의혹, 정부 조사로 진상 밝혀야>에서 "정의연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여성가족부가 면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해 윤 당선인이 금액을 받지 말 것을 종용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중앙일보는 생존 피해자 일부가 일본 자금 수령을 거부한 것이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반부 합의를 사실상 깨뜨리는 주요 명분이 됐다"며 정부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중앙일보는 "정의연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없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정부조사를 촉구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번 논란이 위안부 운동의 대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윤미향 논란' 빌미로 '위안부 인권 운동' 훼손 안된다>에서 "이 할머니의 발언을 빌미로 '위안부 인권 운동'을 흔들려는 정략적 의도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며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윤 당선자를 공격하면서 박근혜 정부 때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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