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의 나치 퍼포먼스에 대한 2차, 3차 논란이 번져가고 있다. 진중권의 몰취향적 미감이라는 평가에 김형석이 임재범을 옹호하고 나선 데 이어서 진중권이 또 다시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임재범 본인은 나치 퍼포먼스에 대해서 무감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지고 있어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공연장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공연 비평이 무리였던 것은 워낙 아는 것이 많은 학자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진중권의 두 번째 대응은 평론가나 학자가 아닌 단순한 익명 악플러 같은 모습을 보여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김형석이란 분이 뭐하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휴. 그 미감이나 그 미감이나..다음엔 731부대 옷 벗어던지며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하세요"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진중권의 말이 옳고 그름을 떠나 대단히 실망스러운 내용이 눈을 거슬리게 했다. 김형석이 누군지 실제로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임재범을 알면 김형석도 알 가능성은 매우 높다. 얼마나 유명해야 진중권이 알 만한 인물이 될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형석은 매우 유명한 대중음악작곡가이다. 김형석을 모르면서 대중문화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에는 모순이 발견된다.

진중권이 김형석을 모르거나 알면서 모른 척한다는 팩트를 떠나 누군지 모르겠다는 문장에는 상대를 무척이나 깔보고 무시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전달되는 것이 문제다. 토론 혹은 논쟁은 상대방의 생각과 논리와 싸우는 것이지 상대의 인격을 말살하고자 하는 행위는 아니다. 평론가의 독설이나 직설이 불편하더라도 결코 대상을 멸시하는 것이 아닌 존중을 전제하기에 가치를 따질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진중권은 김형석의 인격에 대한 공격을 통해서 논객의 자질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 굳이 자신의 트위터에 언급하는 것의 저의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의 트위터에는 임재범 공연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더 발견됐다. 진중권은 현재 임재범의 나치 퍼포먼스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이는 한 영화전문잡지에 기고할 것이며 다음 주에 발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김형석을 무시한 듯한 말로 도발한 이유가 되는 것인가 의혹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물론 그 내용이 윤리적 측면이 아닌 철저히 공연 미학적 측면의 비평이라고는 하지만, 무엇에 대해 논하건 간에 이미 점화된 논란으로 인해서 그의 글이 냉정하게 읽힐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또한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잡지를 사게 될 것이라는 점도 예상할 수 있다. 설마 진중권 정도의 사람이 잡지 부수를 늘리려고 괜한 노이즈를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오비이락의 결과가 돼버릴 전망이다.

그의 속내에 대해서는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사전 행동들이 잡지 기고글을 홍보하는 결과가 됐으니 학자로서 그다지 떳떳한 일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어차피 비평을 할 거였으면 입 꾹 다물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트위터의 단문은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알맹이 없는 논란만 지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통한 도발이 없었다면 그의 글이 2주 후에 좀 더 차분하게 경청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긁어 부스럼이 될지, 태산명동 소일필이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기는 하다.

진중권의 대부분의 말들은 날카롭고 옳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그의 말이 백 퍼센트 옳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경시하는 태도만은 단 1%의 정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표현대로 남의 입에 공구리를 칠 수 없는 민주주의 불편함을 너무 맹신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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