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2에 SM 소속 아이돌 두 명이 다시 가세한다. 슈퍼쥬니어의 규현과 f(x)의 루나가 주인공들. 이들 중 특히 루나의 합류가 이목을 끄는데, 루나가 효린과 충분히 견줄 만한 파워풀한 가창력을 가진 것도 있지만 둘 사이에는 껄끄러운 일이 하나 있기 때문에 둘의 정면승부가 무대 안팎으로 관심을 끌 것이다.

사연은 다섯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폐지된 걸 그룹 버라이어티 꽃다발에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캐스팅을 놓고 오디션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때 효린은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그때 부른 곡은 휘트니 휴스턴의 리슨으로 지금 불후의 명곡2에서 보이는 효린의 짜릿한 가창력이 그때도 역시 심사위원들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정작 뮤지컬 엘우즈에 캐스팅 된 것은 효린이 아니라 루나였다.

그 때문에 당시 꽃다발 시청자 게시판이 항의와 비난이 지속됐는데, 결국 스케줄이 맞지 않아 효린의 캐스팅이 무효화됐다는 어정쩡한 해명으로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어디든 불러주면 달려가야 할 갓 데뷔한 걸그룹 멤버가 이미 소녀시대 제시카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여자 주인공 역할을 스케줄 때문에 고사했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물론 이런 캐스팅 문제는 루나와 직접 관계는 없다. 어차피 소속사와 뮤지컬 컴패니와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왠지 루나는 효린의 자리를 빼앗은 기분이 전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며, 효린 역시도 루나의 책임은 아니지만 자신이 꿈꿨던 역할에 대신 들어간 루나를 보는 시선이 마냥 좋을 수만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꽃다발이 아니라 200명의 청중평가단이 결정하는 일대일 서바이벌의 승부에 서게 되는 두 소녀의 대결이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걸그룹 메인보컬로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미 아이유와 송지은 모두가 효린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는데 루나가 이제 효린의 아성에 도전해 금발이 너무해에 자신이 캐스팅 된 이유를 떳떳하게 증명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들의 진검승부가 꼭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불후의 명곡2는 여섯 명의 출연자가 서로 물고 물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효린이나 루나가 초반에 나와서 계속 경쟁자들을 이겨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둘을 판정의 단상에 올려놓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만일 두 사람이 판정 단상에 올라가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게 된다면 두 사람의 심정은 평소의 판정과는 분명 다른 감회와 설렘이 있을 것이다. 또한 꽃다발 사건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그 승부에 걸린 또 다른 의미로 인해 흥미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루나가 효린을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쉽지 않은 예상으로 반반의 승부에 걸 수밖에 없을 듯싶다. 효린과 루나 모두 강력한 고음역과 그를 뒷받침할 단단한 성량을 가지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효린은 허스키한 성음을 가졌고 그에 반해 루나는 미성의 성음을 보유했다. 서로 거의 같은 장점을 공유했지만 각자의 다른 개성을 가졌기에 둘의 승부는 팽팽하리라 예상하게 된다.

효린은 원년멤버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루나는 최근 f(x)가 내놓은 신곡 핫 서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게다가 최근 SM 파리 공연의 화제까지 등에 업고 있어 두 사람은 가창력 외의 플러스 조건도 모두 갖고 있어 공평한 대결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대결에 승부를 가를 유일한 변수는 곡 선정과 편곡으로 인해 전적으로 갈리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종현, 예성의 경우를 보면 SM의 명성에 걸맞을 만큼 편곡이 뛰어났다고는 평가할 수 없었는데, 루나의 출정에 어떤 변화를 보일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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