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등록금이 1천만 원대에 학부모들은 허리가 휜다. 그러나 허리끈을 졸라매서라도 살인적인 등록금을 낼 수 있다면야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에 최저임금 해당자 250만이고, 그조차 해당되지 않는 많은 빈곤가구가 존재한다. 이 모든 사람의 수입을 월 100만 원으로 생각할 때 일 년내 먹지도 쓰지도 않아야 자녀 하나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 당연히 빚을 내거나 아니면 학업을 포기시켜야 한다.

이런 등록금 구조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넘어서 교육의 기회마저 빼앗는 것으로 저소득 계층이 교육을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최소한의 꿈마저 짓밟는 주범이 되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비싼 등록금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대학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그나마 덜 억울하겠지만 부모와 학생들이 피땀 흘려 내는 등록금이 애먼 곳에 쓰이고 있다는 증거가 밝혀졌다.

PD수첩은 28일 여주대학 법인카드 사용처 기록을 입수해서 분석한 결과를 방송했다. 한마디로 충격이고, 분노가 치미는 내용들이었다. 법인카드 사용처에는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 등 유흥업소도 포함해서 먹고 마시는 데 쓴 흔적이 쏟아져 나왔다. 더 분노할 일은 여주에 있는 학교의 법인카드가 서울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며 멀리는 포항의 유흥업소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학은 지난 5년간 법인카드로 36여억 원을 결재했다. 여주대학은 연간 400억 정도의 등록금을 받는데, 이것이 전체 예산의 85%나 차지하고 있다. 예산에 등록금 비율이 다른 대학에 비해 20%나 높을 정도라면 누구보다도 예산을 절약함은 물론이고 사용에 더욱 신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법인카드 사용처에는 교육과 연관시킬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여성 접대부가 있는 유흥업소와 마사지 업소가 교육에 필요하다고는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의류 매장, 백화점 심지어 골프장까지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그러나 가장 분노할 일은 불과 6천 원에 불과한 목욕탕비용까지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교직원수 137명에 법인카드는 187개나 됐다. 이렇듯 여주대학 법인카드가 무분별하게 공돈 쓰듯 사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대학 현 총장이자 전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에서 맥락을 찾을 수 있었다.

법인카드 하나가 서울 서초구의 한 마트에서 1천만 원이나 사용됐는데 이곳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대학 총장의 집이 있었다. 또한 동일카드로 동일한 커피점에서 8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지출되었다. 물론 명의는 총장(전 이사장)이 아닌 다른 교수의 명의였지만 정작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는 자신은 100만 원도 쓰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 교수 명의의 카드 사용 총액은 1억 원이 넘는다. 또 다른 교직원 명의의 카드 역시 총장집 근처에서 5천만 원이 넘게 사용됐는데 이런 것 모드가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쉽게 가리키고 있다. 재단이사장과 주변인이 대학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면 이는 명백한 횡령죄에 해당한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가난한 대학생들의 피눈물 나는 호소에 대학들은 등록금을 내릴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변명해왔다. 그러나 그 등록금이 교육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유흥비나 재단 이사장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강력한 의혹을 갖게 하고 있다. 여주대학의 불법적인 법인카드 사용을 고발한 PD수첩은 이것이 비단 특정 대학에 국한된 일이 아님을 행간으로 말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2년제 대학의 비리 규모가 이 정도라면 거대한 사립대학의 등록금 사용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법인카드는 단지 숨길 수 없는 그러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카드로 사용할 수 없는 굵직한 규모의 부정과 빼돌리기에 대한 의혹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정부와 사학은 입을 열 때마다 대학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진정 그러한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금 대학들이 학교 운영 자체를 개인 소유나 사기업 운영처럼 한다”고 했다. 아닐 수도 있지만 PD수첩을 보고는 도저히 믿지 않을 수 없는 비판이다.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사립대학의 전반적이고도 철저한 감사와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진정 등록금을 내릴 수 없는 이유가 교육인지 아니면 재단의 이익 때문인지 분명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피눈물이 어린 등록금을 눈 먼 돈 취급하며 횡령해온 천인공노할 사학비리를 그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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