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여왕벌 레이스는 방영 후 정반대의 두 가지 이슈가 만들어졌다. 하나는 유재석이 촬영 도중 길거리에서 할머니를 돕는 훈훈한 장면으로 역시 유재석이라는 칭찬이 쏟아지게 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노사연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구하라의 예의 없는 말로 인해 비난이 모아졌다. 덕분에 유재석의 선행이 오히려 화제면에서는 뒤로 밀리고 말았다. 지하철 막말남과 막말녀로 민심이 무거운 때에 유재석의 선행으로 분위기 전환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다.

런닝맨은 얼마 전 녹화 중 스태프가 시민들에게 과격하게 대하고 심지어 욕설까지 내뱉을 일로 호된 혼찌검을 당했다. 결국 제작진의 공식사과로 이어졌다.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런닝맨의 이미지를 호전시키기 위한 반전이 필요한 때 마치 짠 것처럼 유재석의 선행이 벌어진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만을 생각한다면 유재석의 선행은 편집되어도 무방한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석도 좋고, 결국 런닝맨에 대한 인상 또한 좋게 비쳐질 일이었으니 편집 없이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

거기까지는 좋다. 일부에서는 유재석의 선행을 가식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도 없지 않지만, 설혹 가식이라 할지라도 지하철 막말남, 막말녀가 속출하는 시대에 절정의 인기인이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하등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지하철 막말남이 보는 눈이 많은 지하철에서 가식이라도 노인에게 공손하게 대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패륜 사건이 아니겠는가. 남의 선행을 가식이라 손가락질하는 비뚤어진 시선 역시나 단지 막말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유재석의 선행을 잘 건사하고는 순식간에 귀엽고 예쁜 구하라에서 무개념 아이돌 구하라로 만들어버린 것은 제작진의 실수이자 미숙함이다. 물론 조신하지 못하고 윗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한 구하라에게 근본적인 잘못이 있지만 제작진은 그런 잘못을 숨겨줄 의무 또한 있다. 논란이 벌어진 후 구하라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재미만 생각하다 벌어진 실수”라고 사과를 했듯이 제작진 역시 재미만 생각하고 편집하지 않은 잘못이 먼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유재석의 선행을 잘라내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런닝맨 제작진은 재미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유재석에게만 해당되는 특별한 생각인 것이 문제다. 구하라가 10년, 20년 차이 나는 선배들을 멋대로 부르고, 반말까지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모를 리 없다. 당연히 편집하거나 게임이 끝난 후라도 구하라가 선배들에게 사과를 하거나 상황을 변명하는 장면을 담았어야 했다. 비단 구하라만이 아니다.

미션 마지막 부분 김종국이 혼자서 이광수, 개리, 송지효 등과 맞서는 상황에서 이광수를 완력으로 밀어 물에 빠뜨린 장면이 있었다. 순간 이광수는 어이없어 했지만 제작진은 이광수를 아웃시켰다. 미션은 물총으로 상대의 이름표를 쏘라는 것이었지만 그저 물이 묻었으니 아웃이라는 것은 좀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광수가 물에 빠지고 결국 아웃되는 의외의 상황이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구하라, 유재석 이슈에 가려지긴 했어도 김종국의 완력 예능에 대한 비판 기사가 뜬 점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런닝맨 제작진은 유재석 외에는 나쁜 이미지가 생기건 말건 재미만 생각한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미션 수행 중에 곤란을 겪는 시민을 돕는 유재석의 마음이 그들에게 있었다면 애초에 스태프 욕설 사건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구하라, 김종국에 대한 문제점들 역시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런닝맨 제작진들은 유재석을 늘 보면서도 그의 마음을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유재석의 선행을 방송에 내보내는 그들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이용하려는 생각 이전에 유재석의 행동에 담긴 마음부터 읽고 배워야 할 것이다. 최근 런닝맨에 크고 작은 논란이 자꾸 생기는 현상을 우연한 실수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방귀가 잦으면 똥 된다는 속담이 있다. 근자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대형사고를 예고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런닝맨 아니 sbs 예능은 항상 참돔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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