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은 노래가 아니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의 성공 때문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노래가 아니라면 스타도 아닌 지망생들의 연기를 보고 있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하기 쉬운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또 다른 케이블의 신화를 꿈꾸며 만들어진 코리아 갓 탤런트의 경우에도 역시나 최종의 이슈는 노래를 들고 나온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오디션과 노래를 공식화하나 싶었다. 그리고 24일 SBS의 기적의 오디션이 시작됐다.

프로그램의 질과 내용에 대한 평가는 우선 좋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시청률 문제인데, 보는 재미로 따지자면 확실히 노래 오디션에 비할 바가 못 됐다. 그러나 진지한 재미는 얼마든지 발견할 수는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연기 학원 근처도 가본 적 없는 어린 학생 둘이 까다로운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물론 40대의 과거 최고의 패션모델도 모습을 보였고, 현역 조연 배우의 의미심장한 도전도 눈길을 끌었다. 어쨌든 심사를 통과한 면면들은 모두 분명한 자기 색깔들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역 예선을 통해서 200명이 1차 선발되었고 그 중 30만 명이 미라클 스쿨에 들어가 본선을 위한 본격 수업을 받게 된다. 이 미라클 스쿨은 위대한 탄생의 멘토 스쿨이 의미만의 클래스였던 것에 반해 실제로 건물을 갖춘 것이 다르다. 이순재, 최형인 교수, 곽경택 감독, 김갑수, 이미숙, 이범수, 김정은 등으로 이뤄진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30명의 본선 진출자들은 대단히 큰 혜택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독설을 뛰어넘은 잔잔한 직설화법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첫 인상을 확정시킨 것은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이다. 기적의 오디션은 이들을 드림 마스터라고 부르고 있다. 연기자가 대부분이고 유일하게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함께 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무게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보는 재미를 주는 핵심 요소는 네 명의 배우들이다. 적어도 시청자 입장에서 모두 생소한 얼굴들을 봐야 하는 지역 예선 동안에는 눈에 익은 배우들에게 더 큰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림 마스터들은 기대 이상의 진지함과 신랄함으로 참가자들의 연기를 평가했다.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모두 독설이 화제가 됐듯이 기적의 오디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기적의 오디션의 드림 마스터들의 어록은 기존의 독설을 뛰어넘는 무엇이 더 있었다. 그 미묘하고 섬세한 차이를 언어로 규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직접 보고 듣고 생각해보는 것만이 그 차이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그들의 말은 그렇지만 무대 위에 평가를 기다리는 참가자보다는 배우 특히 시쳇말로 발연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배우들이 가슴 깊이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 보였다. 기적의 오디션을 앞두고 원로 배우 이순재의 쓴소리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실 기적의 오디션 홍보를 위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꼭 필요한 지적이었다. 이순재는 이전에도 쪽대본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한 바 있었고, 이번에는 연기력이 부족한 아이돌의 드라마 출연을 꼬집었다.

그러나 적어도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가창력에 대한 논란은 없듯이 기적의 오디션이 앞으로 배출해낼 신인 연기자들이 드라마에 출연해서는 연기력 논란만은 없을 것이다. 꼭 아이돌만이 문제가 아니라 뛰어난 외모만으로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것이 그들의 열성 팬 외에는 불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스타가 발굴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방송이 거듭되면서 시작보다는 좀 더 큰 관심을 끌게 될 강력한 신인의 출현을 기대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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