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진이 죽을 거란 추측성 스포일러를 극복하고 씽씽하게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구애정에게 달려간 것은 당연한 일이고, 독고진에게 꽂힌 여성팬들을 달뜨게 만들기에 충분한 위험수위의 대사들을 남발했다. 최고의 사랑이 로맨틱 코미디인 것이 다행이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딜레마적 상황이 건강해진 독고진에게 벌어진 것이다. 구애정의 집에 몰래 잠입한 독고진은 비록 윤필주와 함께 등장한 구애정에게 어김없이 독설을 내뿜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자기 속내를 결코 숨기지 않았다.

독고진은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당연하다. 독고진은 깜짝 등장으로 멜로건, 로맨틱 코미디건, 불 지르고 에러건 당연히 이런 것을 기대했다고 하지만 진짜 원한 것은 물론 마지막에 나온 말인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드라마니깐 결코 불 지르고 에로로 가기는 어렵지만 말로라도 풀어보자는 의도가 귀엽기만 하다.

그 후 자기 집에 찾아온 구애정이 옆에 다가와 앉자 독고진의 두 손은 애정의 허벅지쪽에 가 있었다. 그러자 구애정이 그 손을 들어 독고진의 무릎에 돌려놓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인 장면으로 에로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작가나 감독이나 이 두 사람의 곡절 많은 연애의 보상으로라도 이렇게 군데군데 대사나 은근한 디테일로 설정을 남겨두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예고에 구애정이 입원한 장면을 두고 임신이라는 상상을 끌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을 하루 앞둔 15회의 클라이막스는 독고진의 이상형 월드컵이다. 예능 프로에 나와 독고진이 이상형 월드컵을 통해 구애정을 사랑한다고 전 국민을 상대로 고백해버린 것이다. 이 장면이 최고인 것은 로맨틱한 요소로서도 그렇지만 이 장면에서 구애정 아니 공효진이니까 가능한 오묘. 미묘한 표정 연기가 터진 것 때문이 더 크다. 이름보다 공블리로 불리는 사랑스러움의 대명사가 됐지만 공효진의 진가는 러블리함이 아니라 진국의 연기에 있다.

잠깐 사이에 흐르는 공효진의 표정은 놀라고, 두렵고, 행복하고, 감동하고, 걱정되고, 대견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미세한 변화만으로 모두 담아냈다. 공효진이 파스타에 이어 최고의 사랑에 와서 로맨틱 코미디의 러블리한 여주인공으로 완성되기는 최고로 예쁘지 않지만 누구보다 깊은 연기력을 가진 것이 원동력이었음은 부정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공효진 표 절대 연기력 하나를 확인하게 된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15회를 보면서 뭔가 찜찜한 부분이 남는다. 그것은 구애정이 새로 맡은 프로그램 때문이다. 요즘 MBC는 트루맛 쇼로 인해 곤경에 처해 있다. 그런데 구애정이 바로 맛집 프로그램 리포터로 나오는 것이다. 극중에서는 최고의 국민 비호감이지만 실제로는 최고의 호감 여배우인 공블리를 통해 트르맛 쇼로 인해 무너진 맛집 프로그램에 대한 이미지 조작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윤필주와 만나게 되는 약재 시장 신 이후 오빠 구실장이 방송국에서 예전 프로 작가와 PD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굳이 15회 흐름상 있어야 할 이유가 거의 없다. 그러나 대화 내용을 보면 어떤 저의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극중 프로그램은 맛따라 길따라이다. 그 불필요한 대사들을 보면.

작가 : 지난번에 맛의 비밀 찾는다고 지리산 꼭대기까지 나물 캐러 갔죠?
PD : 지리산 꼭대기? 아우 고생이 많네
구실장 : 반응 좋아요!

짧은 대사들이 오갔지만 은근히 맛집 프로그램 제작이 마치 다큐를 찍듯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게다가 구실장의 반응 좋다는 말은 구애정을 말하는 것인지, 맛집 프로그램이 그렇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그 다음으로 구애정이 독고진의 대담한 고백을 접하게 되는 장소가 감자탕집이었다. 이곳에 들어서면서 제작진이 처음 한 말이 “소문날 만 해”였다. 그곳에서 식당 주인은 PD가 아닌 리포터인 구애정에게 강원도에서 직접 감자를 기른다는 말을 건넨다. 그 말이 우선 그 식당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한다. 그리고 본 촬영에 들어가서도 다시 식당주인은 유기농 감자 재배 이야기로 입을 뗀다. 그러자 구애정이 “하. 그럼 정말 건강에 좋겠는데요?” 장단을 맞춘다. 리포터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물론 독고진과 구애정 사이에 감자가 애정의 상징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장면들은 이미 에로니 멜로니 할 정도로 확실해진 독고진과 구애정 사이에 큰 의미를 줄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초중반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비록 문대표가 둘 사이를 갈라놓고자 애를 쓰고 있다고 해도 감자꽃이 핀 모습이 새삼 복선이 되기에도 무리인 상황이다. 결국 구애정의 새 일자리 맛따라 길따라는 뭔가 숨겨진 목적이 있지 않을까 의심을 품게 된다. 앞서 구실장 신을 통해서는 제작진을, 나중은 맛집 자체를 은근히 호감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MBC는 맛집 프로그램의 검은 뒷거래를 고발한 트루맛 쇼를 막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인 유일한 방송사다. 오히려 그로 인해 트루맛 쇼를 대신해 마케팅을 해준 셈이 됐지만 KBS VJ특공대의 조작 방송을 고발한 것이 머쓱해진 입장이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대놓고 맛집 프로그램의 변명을 늘어놓기도 쉽지 않다. 또한 최고의 사랑 15회 문제의 장면들이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그다지 노골적이진 않지만 인기 드라마를 통해 이미지 조작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다분히 의심이 가는 부분들이다. 이것이 너무 예민한 반응이며 오해이길 바라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크게 불쾌할 일이다.


내용을 입력하세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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