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포털 검색어에 142857이란 숫자가 떴다. 검색어 뜨는 것치고는 대단히 기안한 일이었다. 알고 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홍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혔다. 베르나르의 소설 속에 무한소수 142857에 대해서 나온다는 것인데, 정작 소설의 내용에 대한 정보는 없고 이 수에 대한 수수께끼 같은 비밀들만 나열된 것이 좀 아쉬운 일이다. 허나 베르나르의 소설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하겠다는 생각은 들게 했으니 홍보는 매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베르나르의 소설은 아직 읽지 않았으니 말할 것이 없지만 수학하면 떠오르는 영화 몇 편은 있다.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뷰티풀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실재 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 뷰티풀 마인드에 영향을 받았을 거라 짐작되는 일본 영화가 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영화인데, 뷰티풀 마인드처럼 거창한 배경 없이 진행되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잔잔한 드라마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영화에 더 마음이 간다.

뷰티풀 마인드도 깊은 감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런 위대함이나 헌신이 아닌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무심한 듯 더 따뜻하게 인간에게 다가서는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거대한 음모 따위는 없다. 마지막에 노벨상을 수상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교통사고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려 80분밖에 기억이 지속 되지 않는 수학 박사와 그를 돌보는 가정부와의 소박한 이야기다. 끝까지도 거창한 일은 벌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지루할 틈도 없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이 교수가 가정부와 그 아들에게 알려주는 수에 대한 신비한 내용이 오히려 뷰티풀 마인드보다 훨씬 더 친근하고 흥미도 간다. 영화를 몇 번을 봐도 역시나 이해가 되지 않는 수식에 대한 설명은 피할 수밖에 없지만 베르나르의 소설 아니 때마침 142857이란 숫자에 대한 호기심에 더해서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수의 비밀을 알아보는 것도 더위를 잊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싶다.

친화수(우애수) 220과 284의 관계

220의 약수 1,2,4,5,10,11,20,22,44,55.110

284의 약수 142.71,4.2.1

220의 약수를 모두 더하면 284가 되고 284의 약수의 합 역시 220이다. 이 220과 284와 같이 서로 약수의 합이 되는 관계를 친화수(우애수友愛數)라고 한다. 이 친화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피타고라스다. 결코 쉽게 발견되지 않은 숫자의 관계이다. 220과 284 다음으로 발견되는 친화수는 1184와 1210이다. 벌써 네 자리면 약수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 두 번째 친화수를 발견한 사람은 파가니니다. 겨우 16살의 나이에 이 친화수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페르마나 데카르트 같은 석학이 놓친 작은 수의 친화수를 찾아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참고로 페르마(17,296과 18,416)나 데카르트(9,363,584 와 9,437,056)도 한 쌍씩밖에 찾아내지 못한 것이 바로 이 친화수이다. 이후 오일러에 의해서 60쌍의 친화수가 발견되었다고 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100쌍이 넘는다고 한다.

친화수 이전에 좀 더 쉬운 수에 대한 개념은 완전수를 아는 것이다. 가장 작은 완전수는 6이며 다음은 28이다. 완전수란 약수의 합의 자기의 수가 되는 것을 말한다. 6의 약수 1.2.3을 더하면 6이 되고, 28의 약수 1,2,4,7,14를 더한 합 역시 28이 된다. 위의 친화수보다 이 완전수가 더 많은 것 같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완전수는 30개도 안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데카르트는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전수도 드물다고 했다. 6과 28을 보고 완전수 찾기가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음 완전수는 296, 8128 등으로 단위가 껑충 뛰게 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천재들도 놓친 완전수가 더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데카르트와 페르마가 놓친 친화수를 16살의 소년이 찾아냈듯이. 누군가의 집요한 추적으로 또 다른 완전수가 발견되는 일도 결코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머리를 식힐 겸 해서 퍼즐 맞추듯이 완전수를 찾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이 영화 수식을 사랑한 교수를 보면 완전수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또한 수학 이전에 숫자라면 고개부터 돌리던 사람이라도 이 영화를 보면 왠지 수학과 원래 친했던 것 아닌가 싶은 착각을 들게 한다. 더워진다고 공포영화만 찾을 것이 아니라 이런 영화가 오히려 좋은 피서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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