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군의원이 주민으로부터, 그것도 한 마을의 이장으로부터 피습을 당했다. 옥천군의회 박한범 의원이 옥천군내 한 면지역 이장이 휘두르는 흉기에 배와 손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16일 오후 5시가 넘어 발생한 이 사건은 순식간에 옥천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옥천군 살림살이를 살 예산을 심의하면서 부적절한 예산은 시기를 조절하던가, 삭감해 예산이 필요한 곳에 잘 편성되도록 하는 것이 군의회의 구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예산 심의·의결권을 가진 군의원에게 가해진 처음 발생한 피습 사태로, 참으로 위험천만하고도, 어이없는 일이다.

▲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된 A이장(사진 오른쪽)이 경찰서 조사실에서 소식을 듣고 몰려든 언론사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A이장은 범행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 0.1% 의 음주상태로 확인됐다. ⓒ옥천신문
사건의 발단은 옥천군내 감자 생산농가에 지원되는 보조사업 때문이었다.

마침 충청북도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는 이 사업은 옥천군내 감자 재배농가에게 채굴기, 비료살포기 등의 농기계 구입비를 보조하는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 1억2천만원 가운데 30%는 도, 40%는 군 예산, 나머지 30%는 농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 와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 보조사업의 예산 심의를 앞두고 최근 며칠 사이 감자재배 농가들을 중심으로 박한범 군의원이 사업예산 편성을 반대한다는 소문이 농가들 사이에 돌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장은 감자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데 군의회가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고, 군청을 항의방문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했다.

자신들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 군의회의 결정이 문제점이 있으면 문제점을 지적하며 항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항의가 합리적인 것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져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충청북도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일 뿐, 군의회에서는 안건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이라는 것이다.

옥천군이 군의회에 안건 심의조차 상정하지 않은 것이고, 당연히 해당 군의원은 물론 군의회 의장까지도 몰랐던 사업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군의회 의장은 한 농민이 전화로 보조 사업에 대해 물었고, 의회에서는 잘 모르는 사업이라고 답변하자 불쾌하게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직후 해당부서인 친환경농축산과에 전화를 해 군의회에 예산서도 보고되지 않은 사업에 대해 왜 군의회가 항의를 받아야 하는 지를 항의했는데, 곧바로 사건이 발생했다.

의회의 항의에 군 담당부서에서는 주민들에게 감자 보조사업에 대해 얘기한 바 없다고 하고, 감자작목반 대표들은 박한범 의원이 반대한다는 얘기를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의회에서는 이번 일을 의회의 예산심사권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어떻게 의회에 보고되지도 않았고, 예산 심의도 하지 않은 보조사업이 빌미가 되어 현직 군의원 피습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전국공무원노조 옥천군지부(지부장 박상욱)가 4월14일 박한범 군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옥천신문
사실 이번 피습사태는 표면에 드러난 것 뿐이지, 어제, 오늘일 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일부 군의원들은 이번 일이 이미 오래 전부터 예산 심의를 앞두고 공직사회가 중심이 돼 의원들에게 가해 온 압력이 사회문제로 드러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실제 예산 심의 때만 되면 좋은 의미이든, 그 반대의 의미가 됐든, 예산안 의결을 몇 시간 앞두고 예산소위에서 삭감됐던 예산이 다시 살아났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때마다 의원들끼리도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고, 주민들은 의원들의 행태에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박한범 의원은 평소 의정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오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던 의원이다.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반대 발언이나 비판 발언이 많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들에게는 불편한 존재였다. 물론 이를 거꾸로 얘기하면 성실한 의정활동을 한 우수의원이 된다.

공무원들이나 이익단체, 그와 관련된 모임 등이 불편하게 보았을 박 의원이니, 사실은 항상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것이다.

박 의원에게 가해진 폭력은 역설적이게도 이제 우리 지역사회가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과제를 가져다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옥천은 인구 5만4천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지역사회이고, 그러다보면 익명성 보장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좋은 일은 차치하고 혹여 나쁜 일이 생기면 한나절이면 온 지역사회가 그에 관한 얘기와 소문을 확대재생산하는 곳이 아니던가.

아무리 합리적인 의견을 가졌더라도 어떤 회의 장소에서는 제대로 된 비판은커녕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경우도 많았음을 솔직히 인정할 도리밖에 없다.

박한범 의원 사태가 이제는 좀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마음을 열고, 전체를 생각하며, 조명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로 내딛는 첫 걸음으로 발전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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