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요팬을 설레게 한 두 전설의 가수 조관우, 장혜진이 마침내 나는 가수다에 합류했다. 조관우는 원미연의 이별여행을, 장혜진은 나미의 슬픈 인연을 불렀다. 결과는 5위와 공동 6위를 차지해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설의 명성에 맞지 않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결과를 두고 아직 이 두 가수가 나가수의 때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한편으로는 청중평가단의 막귀 인증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두 가지 요소가 겹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가수지만 모두 단명한 김건모, 임재범의 매니저였던 지상렬은 장혜진을 맞으며 6개월은 고정을 확신했지만 이대로라면 김연우처럼 한 텀 만에 떠날 우려를 갖게 된다. 위험은 장혜진보다 조관우 쪽이 훨씬 높다. 조관우는 무대 위에서 마치 세워진 악기처럼 노래하는 가수다. 그러나 팔세토 창법이 지금까지의 청중평가단의 취향을 만족시킬 폭발적인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그런 반면 장혜진에게는 1994년 어느 늦은 밤 같은 모습이 있어 나가수 청중평가단의 취향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가수의 결과에 대해서 신랄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꼴찌여야 한다는 본심 아닌 본심을 내놔야 하는데, 또 막상 그렇게 꼭 찍을 만한 실력은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이소라를 떠나게 했던 것처럼 아카펠라를 시도한 김범수 역시 6위로 내려앉은 것을 보면 청중평가단이 평가가 지나치게 단선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청중평가단의 경향은 결국 나가수의 방향을 강요하게 되고, 나가수 잔류를 희망하는 한 각자의 개성이 아닌 청중평가단의 취향에 따라 본의 없는 쇼를 해야 된다. 지금의 나가수는 분명 음악의 완성도보다 청중평가단을 위한 요소 만들기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예컨대, 조관우는 조관우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정상이다. 18년간 일관되게 지켜온 팔세토 창법은 아주 희귀한 창법이기도 하지만 가성과 두성이 절묘하게 섞인 그의 노래는 관조의 감상을 유도한다. 또한 장혜진은 내가 기억하는 한, 호흡하는 소리조차 노래로 만드는 유일한 가수다. 아니 때론 들릴 듯 말 듯한 그녀의 숨소리가 노래보다 더 애절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누구와 비교하기보다는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두 가수에게 나가수 청중평가단은 합당한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

이런 식이면 모두 임재범이 되거나, 박정현이어야 한다. 물론 임재범, 박정현 모두 너무 좋은 가수들이고, 떠나서 아쉽고 계속 남아줘서 고마운 가수들이다. 그러나 모두가 임재범. 박정현이어선 안 된다. 그렇다면 굳이 일곱 명이 출연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나는 지른다가 되고 말아서는 결코 프로그램의 장수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나가수를 떠날 수는 있지만 김연우처럼 허망한 결과가 중첩된다면, 그리고 그 두 번째 결과가 조관우가 된다면 그 결과는 아쉬움을 떠나 죄짓는 일이 될 것이다.

청중평가단이 뜨거운 무대에 반응하게 되는 것은 나가수 같은 라이브 무대가 익숙하지 않기 것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이 경향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평가단이 매번 바뀌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라도 앞에서 엄청난 성량으로 열창을 해댄다면 그 무대의 충격을 쉽사리 외면하지 못한다. 게다가 처음이라면 그 충격 앞에 음악의 다양성이니 하는 말들은 아무 의미 없는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그렇다면 전부는 아니어도 고정 평가단이 일정 비율 존재한다면 그 익숙함으로 인해서 가수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자세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원을 고정 평가단으로 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절반에 가까운 수를 확보하는 것도 시도해볼만한 것이다. 물론 이는 단지 하나의 제안일 뿐 더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있는 나가수 제작진과 고문위원들이 머리를 짜내어 개선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제작진이 모르는 바는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청중평가단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관우의 나가수 합류는 반가움보다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이 좋은 가수를 청중평가단의 단순한 평가에 휘둘려 불명예를 안기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청중평가단에게 저평가되었던 김연우의 악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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