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2.5.28 토 12:49
상단여백
HOME 뉴스 기자수첩
'공직 비리' 터뜨려 '측근 비리' 덮은 청와대?[기자수첩]부담스런 권력 비리 피해 공무원만 패는 언론
김완 기자 | 승인 2011.06.17 15:32

   
  ▲ 민주당이 '저축은행 사태 3인방'으로 규정한 은진수 전 감사위원(좌), 김황식 국무총리(가운데),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우)  
 
전 방위 공직 사정이다. 가속이 붙고 있다. 진원지는 청와대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좀 한계에 왔다"고 했다. 이 사정을 자신이 컨트롤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중동의 타작이 매섭다. 연일 국토부를 박살내고 있다. 강도를 점점 올리고 있다. '목금 연찬회'의 존재를 폭로하며, 그 자체를 '악의 행사'로 만들었다. 이어 오늘(17일) 중앙일보는 국토부 직원이 화장실서 돈 봉투를 받았다는 것을 폭로했다. 공직 사회 전체가 순식간에 벼랑 끝에 섰다.

'목금 연찬회'는 비단 국토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부처에 걸친다. 만연한 문제다. "한계에 왔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그걸 의미하는 걸까? 그런데 궁금하다. 왜 하필 지금일까. 그 동안은 몰랐던 것일까. 공직 사정은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 걸일까.

   
  ▲ 17일자 중앙일보 1면  
부패한 공무원을 적발하고, 단죄하는 것은 당연하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상시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하면 할수록 좋다. 청렴은 공무원의 당위고 명분이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여태는 그러지 않았다. 갑자기 공직 사회의 기장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이번 사정은 기획적인 것이다. 정황도 그렇고, 과정도 그렇다. 아시다시피 모든 기획은 반드시 의도를 갖기 마련이다. 

누가 사정을 주도하고 있는지를 봐야한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다. 소속은 총리실이지만 사실상 청와대 조직이라고 해도 좋은 곳이다. 얼마 전까지는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로 '민간인 사찰'을 하고, 친박계 의원들 뒷조사까지 했던 곳이다. 이 정권을 움직이는 핵심 라인의 하부체이다. 공직복무관리관실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그들의 보고체계는 청와대 직보 체제였다. 권력이 수족이 되는, 대단하고 대담한 조직이다.

이들이 때마침 나섰다. 예사롭지 않다. 이미 알고 있던 종기를 하필 지금 짜내겠다고 나섰다. 왜 그럴까? 전형적이다. 비리로 비리를 덮는 것이다. 언론의 용어로 말하면 사건으로 사건을 덮는 것이다. 어떤 비리, 무슨 사건?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덮기 위해 공직 비리를 사건으로 만든 것이다.

얼마 전,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구속됐다. 언론은 은 위원이 로비의 종착점이 아닌 경유지라고 했다. 은 위원 뒤에 분명히 또 다른 이가 있다고 했다. 국민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국민의 46%가 “저축은행사태는 MB정부 권력형게이트”라고 규정했다. 수순대로라면 '측근비리 특검'이 요구되어야 할 때였다.

그럴 만 했다. 강력한 레임덕의 위기였다. 현직으론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진석 수석의 이름이 공공연히 거론됐다. 이밖에 청와대 수석 몇의 이름이 더 오르내렸다. 야당은 상당히 구체적 물증으로 압박했다. 차기 권력과 관련해선 국회 문방위 소속 친박계 의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의원의 동생인 박지만 씨의 연루설도 제기됐다. 불과, 며칠 전의 상황이다. 그런데, 싹 사라졌다. 공직 사회의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이들의 이름이 언론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측근비리 발발 초기 청와대는 박지원 의원을 공격하며 야당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 공방전으로 보도 프레임을 일부 헝클었다. 측근비리의 의미는 희석되고, 정치권의 공방 프레임이 생겼다. 하지만 그 공방으론 근본적인 프레임을 바꿀 순 없었다. 장기전을 유도할 순 있겠지만, 자칫 확대될 공산도 컸다.

전략을 바꾼 셈이다. 공직비리는 측근비리를 톱뉴스에서 밀어 냈다. 하루 이틀 힘겹게 세컨 톱을 유지하던 측근비리는 이제 아예 뉴스 프레임에서 사라졌다. 가장 확실한 취재원이 가장 신빙성 있는 소스를 던지자 언론은 덜컥 물었다. 측근 비리의 취재는 까다롭고, 공직 비리는 만만하다. 권력자를 건드는 것 힘겹지만, 공무원을 패는 건 쉽다. 공직 비리는 그렇게 측근 비리를 덮었다.

국토부 직원들의 비리 사실은 권력의 도덕성을 허물지 않는다. 공직 사회에 대한 냉소주의는 의례적인 것이라 청와대의 허물이 되지도 않는다. 공직 사회의 기강을 잡는다고 나무랄 사람도 없다. 무엇 보다 언론이 깜빡 넘어간다. 권력은 부담스런 이슈를 덮고, 언론은 손 안대고 코 푸는 이슈만 쫓는다. 지금 이 순간, 공직비리 보다 청와대에 더 좋은 이슈는 없어 보인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2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