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예속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이 코앞에 닥쳤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양상이다. 위원회 위상과 위원구성부터 방송독립을 위협하더니, 대선 캠프에 발을 디뎠던 정파적인 인사가 위원장 후보로 내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초대 방통위원장 후보로 내정되었다는 최시중씨는 누가보아도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부적격 인사다. 정파적인 코드인사의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이명박대통령이 여타 장관 인선에서 드러낸 우를 방통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국회가 어제(26일)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의결함으로써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사라지고,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다. 대통령 직속이라는 위상만으로도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방통위설립법은 위원장을 위원 중에서 호선하지 않고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했다. 위원 자격 또한 방송과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로 한정하지 않고, 범위가 애매모호한 ‘언론’ 분야 재직경력을 인정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이 모든 사항들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상식선에서 조차 보장할 수 없도록 위협하고 있음을 수차례 지적해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법률 제정 기술에 관한 문제일 뿐 방송 독립을 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청와대가 최시중씨를 방통위원장으로 내정함으로써 한나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언론과 통신에 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런 조직에서 위원장의 권한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방송통신의 정점에서 정책과 집행권을 행사하는 위원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영향력이 배제된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시중씨는 대통령 선거당시 ‘6인 위원회’로 불리는 이명박 캠프 최고의사 결정기구에서 조정자역할을 맡았다. 또한 대통령 취임준비 ‘자문위원’으로, ‘멘토’로서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 고문 중의 고문으로 분류된다. 전형적인 코드인사다. 만약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국가권력으로부터 방송 독립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방통위설립법 제1조에 명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은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사문화되고 만다.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방송의 독립성은 이미 위협받고 있다.

또한 최시중씨의 경력으로 볼 때,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으로서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용어조차 생소한 ‘뉴미디어 서비스’ 정책을 다뤄야 한다. 그래서 방통위설립법은 위원과 위원장의 자격요건으로 ‘관련분야 1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최시중씨는 30여년 전 60~70년대 신문사 기자 경력 정도가 법이 명시한 요건에 부합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명색이 ‘방송통신위원회’다. 방송의 언저리, 정보통신의 근처에도 없었던 인사를 위원회 수장으로 앉힌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최시중씨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 대통령 후견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걸어오던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옳은 방향이다. ‘광속’으로 질주하는 방송통신 융합시대는 문외한을 훈련시키면서 대응할 만큼 한가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새로 제정된 방통위설립법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위원장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우리가 지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최시중씨를 계속 방통위원장 후보로 밀어 붙일 경우, 여타 장관 인선과정에서 겪은 불미스러운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후보로 거론된 최시중씨와 대통령의 올바른 판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8년 2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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