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누가 뭐라 해도 오디션 천국이 돼가고 있다. 원조인 슈퍼스타K를 비롯해서 그에 못지않은 성공을 거둔 위대한 탄생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조건은 노래다. 그렇지만 모든 방송사가 노래만 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성공한 두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가운데 또 다른 오디션이 생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 방송사마다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런 속에 코리아 갓 탤런트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단지 노래가 아니라 더 다양한 재주와 끼를 가진 사람들이 열린 오디션의 환경 속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통로라는 점이다. 기존 오디션과의 차별성을 추구했지만 드러나는 결과는 역시 노래인가 싶다. 이미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강호동의 스타킹을 뛰어넘지 못할 수준 이하였고, 첫 회의 주인공 최성봉은 역시나 노래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최성봉 만큼 충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58세 청국장집 주인 성규징의 발견 역시도 노래다. 다만 이들이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이 아닌 코갓텔을 통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클래식을 한다는 점이다. 사실 음색으로 봐서는 58세에 카운터 테너에 도전한 성규징 씨의 도전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박칼린의 말처럼 20년 전쯤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좀 더 일찍 그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큰 탓이다.

세계적으로 카운터 테너는 드물다. 과거에는 카스트라토의 유행도 있었고, 그래서 파리넬리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실제 파리넬리 속 노래들은 컴퓨터로 변형된 노래였다는 점에서 카운터 테너의 영역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카운터 테너 음색은 특히 아시아권에 더 드물다고 하는데, 이제 60을 바라보는 반백의 신사가 아직은 서툴지만 2년 연습한 솜씨라고 볼 수 없는 실력을 보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사실 이들 전에 스타킹을 통해서 평민 오페라 스타들이 탄생했다. 수족관 기사 김태희,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 그리고 야식 배달부 김승일은 이미 정규 코스를 밟은 성악가들보다 더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코갓텔을 통해서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미완의 원석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제라도 스타킹과 코갓텔 등의 프로그램들이 이런 원석들을 찾아내는 일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사실 오페라 스타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이런 점 때문이었다. 기존 대중가수들의 성악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직업을 바꾸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반인 오페라 스타를 찾는 노력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2년 연습한 성규징 씨가 선택한 곡은 헨델의 울게 하소서. 파리넬리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다. 카스트라토의 슬픈 사연과 오버랩되어 이 노래의 슬픈 서정이 세계인의 감성을 흔들었다. 그렇지만 성규징 씨의 울게 하소서는 그런 슬픈 사연은 없지만 좀 더 일찍 자신의 소질을 알고, 진작 가수로서의 길을 가지 못한 안타까움에 내 일처럼 가슴이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성규징 씨가 늦은 나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카운터 테너로서 무대에 서는 꿈을 갖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었다. 비록 젊어서 시작한 것처럼은 될 수 없겠지만 이 사람이 가진 음색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코갓텔 예선의 대부분은 인내가 필요하다. 가끔은 눈길을 줄 만한 참가자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1분의 분량도 지루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껌팔이 테너에 이어 청국장 파리넬리까지 이어지는 단 한 명의 짜릿한 발견이 그 지루함을 견디게 하고, 또 보람도 준다.

코갓텔은 어쩌면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이 거둘 수 없는 일반인 성악가들을 한 곳에 모아두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성급한 예측 혹은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진짜 오페라 스타는 코갓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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