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과 23일 MBC스페셜 <대한민국 대통령> 1, 2부를 통해 지도에도 없는 청와대 내부가 최초로 공개됐다. TV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대통령의 뒷모습과 일상 속에서의 인터뷰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연출을 맡은 조준묵 PD는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 취재를 계기로 청와대 내부와 대통령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그는 "누가 뭐래도 그들은 참여정부의 비서관들인데 정치적으로 가운데 길을 어떻게 잘 선택할 것인가 고민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 MBC 조준묵 PD ⓒ조준묵
그는 "때가 때인만큼 비판도 많을 줄 알았는데 게시판 같은 데 보면 생각보다 욕이 별로 없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 줄타기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0층 시사교양국 사무실에서 조준묵 PD를 만났다.

"정치적으로 가운데 길 선택하는 일 가장 어려워"

▲ MBC스페셜 <대한민국대통령> ⓒMBC
-언제 어떻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나.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풀PD단으로 방북했는데 비서관들의 막전막후를 따라다니면서 찍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PD수첩>에서 방송을 내보낸 뒤 뒷풀이 자리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을 만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설득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식물인간처럼 청와대를 나갔는데 방송에서 퇴임 대통령을 조명해주면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국민들도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 대신 참여정부의 공과를 다룰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 정부의 공과에 대한 판단은 역사가 흐른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 돌아가는 이야기, 대통령에 포인트를 맞춰서 제작한다고 했다."

-취재와 편집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통령이 취재를 전폭적으로 허락했다고 해도 대통령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함축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했다. 어렵사리 만났는데 생뚱맞은 질문을 던져버리면 안되니까. 그리고 아무래도 예민한 부분들이 많은 만큼 어떻게 잘 조율해서 담아낼 수 있을까, 누가 뭐래도 그들은 참여정부의 비서관들인데 정치적으로 가운데 길을 어떻게 잘 선택할 것인가 고민이 많이 됐다."

노 대통령 "봉하마을에도 큰 방 있다" 편집 중 삭제

▲ MBC스페셜 <대한민국 대통령> ⓒMBC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새해 첫날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비서관들과 함께 떡국을 먹으면서 권 여사가 '내년에는 이렇게 큰방은 없겠지만 같이 떡국 먹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자 노 대통령이 '거기도 큰방 있다'고 말했는데 편집하면서 그 부분을 잘라냈다. 대통령은 여럿이 둘러앉으면 작은방도 큰방이 된다는 뜻으로 말한 건데 시청자들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겠다 싶어서였다.

인사추천위원회 회의 장면도 공개됐는데 인사추천위는 어떻게 보면 참여정부의 공적 같이 보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잘했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로스쿨이나 지역균형발전정책도 마찬가지다. 자연히 '이 정책에 만족하십니까'처럼 포괄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

-공개와 비공개 사이를 조율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인사추천위원회 회의 같은 경우 구체적 이름이나 직위는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사전에 조율했다. 초기에는 청와대 쪽에서 '오디오는 내지 말고 그림만 찍으면 어떠냐'고 했는데 나는 뉴스 밑그림을 찍으러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허심탄회하게 보여줬다. 특히 문재인 비서실장은 훨씬 더 열어줬다. 아마 설사 그대로 나가더라도 그들은 잘못한 게 없다는, 어떤 당당함에서 나온 태도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회의 끝나고 나면 '어디 가서 얘기 안하실 거죠'라고 물어보더라. 당시에는 모두 현안인 만큼 기자들이 들으면 모두 특종거리니까. 원본 테이프는 자료실로 안 보내고 내가 보관하고 있다. 앞으로 한 1년 정도는 움켜쥐고 있으려고 한다. 회의 테이블에 올랐던 대상자들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원본 테이프, 앞으로 1년은 움켜쥐고 있을 것"

▲ MBC스페셜 <대한민국 대통령> ⓒMBC
-프로그램에 대한 청와대 반응은 어땠나.

"혹시 개인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사전에 DVD를 보내줬는데 거의 얘기가 없었다. 노 대통령과 권 여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그냥 나갔다. 경호실 쪽에서 부분 삭제 요청이 있긴 했다. 대통령 공식 행사 때 군중들 사이에 저격수가 배치되는 내용인데 그런 정보가 나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아쉬움도 많았을 것 같다.

"대통령의 24시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연결시켜 찍지 못해 아쉽다. 처음에는 2~3회 정도는 찍도록 해주겠다고 했는데 비공개 일정도 많고 해서 그게 안됐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늘이 두 쪽 나지는 않는다. 노 대통령이 한 말인데 대통령 업무의 80%는 원래 해야 되는 일이고 20% 정도가 대통령이 소신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고 따라서 모든 일을 대통령 탓이라고도 할 수 없다. 지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자세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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