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보이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그런... 장국영입니다."
2003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홍콩 배우 장국영이 2020년 3월 한 영화를 통해 부활(?)했다는 소식이다. 진짜 장국영이 살아 돌아왔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의 정체는 장국영이라고 ‘우기는’ 남자로 밝혀졌다.
지난 3월 5일 개봉한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는 스스로를 장국영이라고 칭하는 귀신(김영민 분)이 등장한다.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강말금 분)가 이사 간 집 건넌방에 기거하는 장국영이라 우기는 귀신은 장국영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아비정전> 속 하얀 런닝셔츠와 트렁크 팬티 차림 그대로인데, 아무리 봐도 장국영은 아니다.
"찬실 씨, 영화 안 하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사 참는 성격이라 몸이 열이 많다는 귀신 장국영(이하 장국영)은 영화를 계속 해야할지 고민 중인 찬실이에게 진실한 친구이자 조언자가 되어준다. 귀신인지라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도 볼 수 있는 장국영은 진로 문제뿐만 아니라 마음에 두고 있는 영(배유람 분) 때문에 심란한 찬실이의 상황을 콕 찝어내며 그녀를 당황하게 만든다.
영하고 앞으로 잘 지낸다는 장국영의 예언을 믿고, 영에게 돌진한 찬실이. 하지만 찬실이를 좋은 누나로만 생각한다는 영에게 거절당한 찬실이는 실의에 빠지고 장국영마저 싫어진다.
"아니 그 남자랑 친구로 지내면 좋지 않아요? 왜 꼭 사귀어야 돼요? 몽땅 가지고 싶다는 마음만 버리면 얼마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외로운 건 그냥 외로운 거예요. 사랑이 아니예요. 찬실 씨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당신 멋있는 사람이예요. 그러니까 좀만 더 힘을 내봐요. 알았죠?"
영과의 사랑에 실패하고 상심에 빠진 찬실이에게 장국영은, 연애와 결혼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정 어린 위로를 건넨다. 연이은 실직과 실연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찬실이가 영화마저 포기하려고 할 때, 그녀가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끔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장국영.
마흔 넘은 비혼 여성에게 결혼, 연애 독촉이 아닌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라고 물어보는 캐릭터가 현실엔 드물기에, 여성의 꿈을 지지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장국영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제가 멀리 우주에서도 응원할게요."
찬실이의 성장을 위해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응원하는 이 남자, 아니 귀신 장국영. 여성에게 연애, 결혼 권유가 아닌 그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해야 행복해진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장국영 캐릭터가 돋보이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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