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입으로 무슨 말을 하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 혼자 불후의 명곡2가 나가수 베끼기가 아니라고 믿는 것도 자유고, 혼자만 KBS가 공영방송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 도취되어 천세 만세를 외치는 것도 자유다. 그리고 세상 모두가 아부라고 손가락질하는데 그건 안부라며 고개를 치켜드는 것도 자유다. 더 나아가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을 싸잡아 아집과 건방짐으로 표현한 것도 자유의 영역이다. 다수의 의견과 다른 소수 의견이라고 해서 입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자유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 또한 타인의 자유다. 자기 자유에 동의하는 자가 없다고 해서 자신을 탄압받는 선각자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공감요소가 없는 자신의 말에 비난이 들끓자 마치 자기 혼자 고도에 선 현자처럼 세상을 굽어보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유보다는 망상에 더 가깝다. 방송을 오래 떠나 있다가 갑자기 관심을 받아 당황했겠지만 논란 이후의 태도 역시 애초의 망언성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백재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개그맨이긴 했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이 사람의 트위터 글이 기사화되어 논란을 부추겼는지 그 이유를 우선 모를 일이다. 역시 나가수를 망치는 3적의 하나인 언론의 논란 만들기에 대중이 동요된 것이다. 백재현도 자신의 글이 기사화된 것에 놀라는 제스추어를 보였는데, 진짜 놀라서 놀란 것인지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이를 비뚤어진 시선이라고 말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작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것은 백재현 본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현재는 삭제되었지만 그는 트위터에 '나는 가수다' 선배님들의 아집스러운 모습들이 없이 겸손했으며 방송을 좌지우지하려는 건방이 없어서 좋았다며 나가수 출연 가수들에게 아집과 오만이 있다고 했는데, 그들만큼 노래해왔다면 자신의 고집과 자부심 없이는 무대에 설 수 없는 일이다. 그 고집과 자존심을 아집과 오만으로 보는 것은 괜한 피해의식이 아닐까 스스로 걱정해봐야 할 것이다. 아무나 10년 넘게 가수로서의 이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가수 출연 가수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줄잡아 10년 이상을 노래해온 가수들에 대한 오만한 태도는 오히려 백재현에게서 발견된다. 뒤늦게 아무 언급 없이 삭제했지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불쌍하다고 혀를 차기 전에 자신의 떳떳치 못한 삭제에 대한 변명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그런 비상식적인 시선이 KBS 불후의 명곡2에 대해서는 한없이 긍정적이고, 너그러운 점은 참 납득하기 어려운 이중성이다.

나가수 출연 가수들을 폄훼할 정도로 용감한 그는 “나가수'를 베꼈다는 언론의 잣대는 참 멍청하더이다. 경합 중의 가수 인터뷰나 경합 중의 청중 리액션컷을 따라했다고 본다면 돈까스 집에 깍두기는 설랑탕집 따라한 것인가?"라며 "방송이라면 경합이라면 당연한 카메라 플랜이다. 한국 밥상이라면 당연한 깍두기처럼"라며 불후의 명곡2의 결백을 주장했는데, 불후의 명곡2가 베끼기의 혐의를 받는 것은 인터뷰나 청중 리액션 등의 지엽적인 것 때문이 아니다. 표절 혐의의 핵심은 근본 콘셉트의 문제인 것이다.

또한 예능국장의 실명까지 들먹이며 개념 있다, 짱이다 외쳐댄 것이 아부가 아닌 안부라 하더라도 그것은 대단히 개념 없는 짓이고, 아부보다 못한 맹목적 찬양에 불과한 것이다. 어쩌면 KBS 예능국을 욕 먹이는 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것을 네티즌들은 지능안티라고도 한다. 백재현은 진실로 아부가 아닌 안부 삼아 몇 마디 했을 수도 있지만 결과는 지능안티거나 개념 없는 KBS 광신도가 됐을 뿐이다. 그렇지만 안부라 하기에는 내용이 참 거시기하다. KBS에서 통하는 안부의 수준은 원래 그런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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