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에 이명박 대통령 정치특보를 지낸 최시중씨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야간 기나긴 진통 끝에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최씨의 위원장 임명으로 시민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26일 방통위법은 재석의원 209인 중 찬성 173인, 반대 28인, 기권 8인으로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 조선일보 2월27일자 8면.
방통위법은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란이 됐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방통위 위원장 청문회와 국회 추천 위원선임,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국회 추천 위원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원장은 이번 방통위법을 정치적 타결로 이끈 김효석 원내대표가 맡고 있다.

결국 통합신당 의원의 이견으로 법사위는 두 차례의 회의를 거쳐 국회 운영위원회가 아닌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 청문회와 국회 추천 위원 선임을 맡기로 결정돼 이날 통과됐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운영위원회는 국회운영에 관한 사항을 소관 업무로 하고 있어 방송, 통신의 전문성을 검증할 깊은 소양을 갖추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심사할 자격이 있는 소관 상임위원회는 오랜 시간 관련 법률을 심사해온 방송통신특별위원회가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위법 국회 통과로 이달 안에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이 가능하게 됐지만 방통위원장 지명과 관련한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법은 이번 주 또는 내 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후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최시중 전 갤럽회장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으며 대통령이 지명할 몫인 1인의 방통위원과 청와대 방통비서진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계에서 청와대 방통비서진이 통신쪽 일색으로 채워질 가능성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 절차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 최 방통위원장 내정자와 관련된 자격 논란의 시비는 벌써부터 벌어지는 상황이다. 방통위원장은 방송사 인허가, 임원 선출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하지만 최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동아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신문 출신으로 방송과 통신에 정통한 인물이 아니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정치자문역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기간 중 이명박 후보 진영의 ‘6인회’에 속할 정도로 정치적 색채가 강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점도 단점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두터운 친분관계를 갖고 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청와대 방통비서진이 통신출신 위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 출신이면서 자신의 정치 특보인 최시중씨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려는 것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방통위원장은 방송에 정통한 인사가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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