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이 요즘 공중파 예능의 분위기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남의 것 베끼기 정도는 두 눈 감고 거뜬히 해내고 있다. 또 그렇게 해서 시청률을 올리고 있어 예능 PD들의 비행에 반성보다는 칭찬 받는 상황이니 참 딱한 상황이 따로 없다. 나가수의 판박이 예능 불후의 명곡2 역시 그렇다. 불후의 명곡2는 7.9%의 시청률로 첫 방송으로 근소한 차이지만 우결을 따라잡았다. 아직 스타킹과 무한도전과의 격차는 크지만 그간 KBS 토요 예능의 침체를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데, 첫 방송 이후 곧바로 출연진의 대대적 교체가 전해졌다. 가장 먼저 하차 소식이 전해진 것은 요즘 대세 아이유. 이에 대해서 제작진은 처음부터 고정이 아니라 게스트였다고 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그동안 불후의 명곡2과 관련한 기사, 예고 등 어떤 것에도 없던 갑작스런 소식이었다. 비록 서바이벌 형식은 아니지만 경합이 치러지는 프로그램에 게스트 운운하는 것은 뒷맛이 개운치 않은 해명이다.

아이유는 그렇다 치더라도 곧이어 발표된 슈퍼주니어 예성과 샤이니 종현의 잠정 하차 이유 또한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SM 해외 콘서트 등의 스케줄을 문제로 도저히 불후의 명곡2에 참가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런 일정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1회 방송 후에 갑자기 발표되는 것 자체가 혼란스러운 일이다. 물론 발표만 갑작스러울 뿐 이들의 하차는 미리 정해진 것이고 아이유, 슈퍼주니어, 샤이니는 얼굴마담이었다는 결론을 내게 된다.

아무리 인기를 이용한 홍보 전략이었다고 하더라도 게스트로 겨우 한번 출연하기 위해서 제작발표회까지 참여하게 했다면 제작진의 욕심이 많이 지나친 것이다. 또한 예성, 종현의 잠정 하차란 용어도 시청자에게나 대신 들어오는 2PM 준수와 FT아일랜드 이홍기 등에게도 결례가 되는 말이다. 해외 일정으로 인한 잠정 하차라면 이 둘은 길지 않은 SM 해외 콘서트 이후에는 어떻게 된다는 말인지 명확치는 않지만 땜빵이라는 어감을 줄 수 있다.

불후의 명곡2가 나가수의 최대 히트 요소인 서바이벌을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은 가창력이 뒷받침되는 아이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2가 나가수의 포맷을 따라한 이상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미션 곡에 따라 부르는 이의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아이돌들의 스케줄에 따라 출연진이 자주 바뀌게 된다면 서바이벌도 할 수 없는 불후의 명곡2로서는 도전 1000곡처럼 밋밋한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가수는 무엇보다 가수들의 뛰어난 가창과 열창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도 그만큼은 할 수 있다는 의욕을 가지고 출발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아쉽게도 첫 회에서 누구도 나가수에 근접하는 무대 카리스마를 보여주진 못했다. 단지 음역만 놓고 따진다면야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목청만 갖고 나가수가 시청자를 감동시킨 것만은 아니다. 물론 8초 가수 논란 등 아이돌 가수들 역시 스스로 명예를 되찾겠다는 의욕과 투지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하기로 했다면 좀 더 남다른 자세로 임했어야 했다. 아니 그럴 수 있는 사전 조율이 반드시 필요했다. 산을 옮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역발산 기개세와 우공이산의 방법 두 길이다. 나가수가 전자라면 아무래도 아이돌 가수들이 택해야 할 자세는 후자일 것이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하는 아이돌의 자세가 아무리 진지해도 소속사가 짜놓은 스케줄에서 조금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기껏 아이돌 명예회복의 기치를 내걸었으나 문제는 가창력 여부가 아니라 불후의 명곡2에 전념할 수 없는 스케줄이다.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가창력보다 스케줄이 무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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