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에 중간 평가가 필요한 이유가 비로소 설명이 됐다. 지난 중간 평가에서는 분량 늘리기라는 불평이 많았지만 이번 중간에는 반응이 사뭇 다르다. 탈락도 없고, 경연도 없는 나가수는 분명 조금 싱겁다. 그래서 논란 없는 평온한 한 주를 기약할 수 있어 우선 좋다. 대신 그런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나가수가 예능이라는 당연한 부분을 새삼 일깨워준 출연자가 있었다. 다만 그 주인공이 개그맨들 중 하나가 아니라 바로 가수 김범수인 것이 의외였다.

다음 주 또 다시 탈락자를 내야 하는 2차 경연의 미션은 청중평가단이 가수 각자에게 추천한 곡들을 불러야 했다. 그런데 그 곡들이 의외로 기상천외한 부분이 있었다. 예컨대, JK김동욱이 고른 한경애의 조율이나 비록 선택은 되지 않았지만 2PM의 노래까지 있어서 청중평가단이 참 다양한 기대를 갖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지 기발한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중평가단의 요구가 오히려 전문가 단위의 미션보다 더 나가수의 문제를 꿰뚫고 있다는 근거가 보인다.

소위 드라마틱한 가창력을 뽐낼 수 있었던 기존 곡들과는 달리 다소 평이한 노래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소라가 고른 해바라기의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가장 비경연용 노래로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노래들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모두 한 때를 풍미했던 히트곡이기는 하지만 경연에 썩 어울리는 노래로 보긴 어렵다. 물론 최종 경연에는 편곡을 통해서 드라마틱한 요소를 만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일단 원곡의 분위기상 천정을 뚫을 듯한 무리한 고음역 시도는 없다는 점이다.

청중평가단이 스스로는 폭발적 무대에 점수를 부여했지만 돌아서서는 나가수에게 경연이 아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청중평가단의 이중성은 다행한 부분이다. 이런 변화의 조짐은 청중평가단의 평가가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분위기보다는 좀 더 냉정하고 침착한 선택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한 청신호일 수도 있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 청중평가단의 변화와 함께 시청자도 경연에 뜨거워졌던 열기를 조금 내리고 느긋하게 예능을 즐기려는 태도로의 변화도 보이는 것은 우연만은 아닌 동행일 것이다.

이렇게 시청자와 청중평가단의 트렌드가 변화라는 기미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계속되는 경연의 피로감은 가수들만이 아니라 시청자도 다르지 않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주 임재범의 주먹이 운다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한 이소라의 멘트는 나가수의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소라는 귀가 지쳐간다는 말로 경연에 서는 가수들의 피로감을 토로한 바 있다. 그것이 비단 가수들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폭발적인 열창에 열광하는 이면에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주었던 그 조용한 충격과 공감이 내심 그립기도 할 것이다. 또한 1차 경연에서 6위를 해 2차 경연이 중요해진 김범수가 곡 선택 시 어떤 곡이 나오든 무조건 신나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매번 가슴을 옥죄는 극도의 긴장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시쳇말로 딴따라가 아닐 것이다. 예술가란 직업은 기본적으로 자유를 좀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기인이 사라진 시대라 할지라도 자유롭고자 하는 그 끼는 사라질 수 없는 가장 끈질긴 유전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김범수는 곡 선정 때부터 톡톡 튀는 모습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중간평가에는 겟 올라잇이라는 엉뚱한 애드리브로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님과 함께는 남진이라는 원곡 가수 말고도 장재인이라는 새파란 후배의 부담이 작용한다. 그래서 김범수의 편곡이 더욱 궁금했는데, 그가 선택한 방향은 제임스 브라운이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나가수를 온통 춤판으로 만들어버릴 촐싹대는 댄스를 선보였고 노래 역시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말이 필요 없었다. 나가수에 대해서 아주 많은 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이 아니어도 가수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끼를 통해 나가수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고 있다. 이소라, 박정현이 시작했고 김범수 역시 이심전심의 눈짓을 받아냈다.

사족. 다음 주 본 경연에서는 볼 수 없는 이소라와 김범수의 듀엣이 중간평가에 있었다. 경쟁자를 돕는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지할 이유 또한 없지 않을까 싶다. 이 두 사람의 완성된 듀엣을 남긴다면 그것 또한 나가수의 업적으로 오를 일이지, 문제가 될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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