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입건된 ‘박사’ 조주빈 씨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 조 씨의 행적을 추적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와 다퉈 이가 부러졌다는 에피소드부터 관상 보는 걸 즐겼다는 지인들의 증언까지 보도됐다.

23일 조 씨의 얼굴을 공개하며 그의 대학생활을 추적한 SBS 보도를 시작으로 24일 ‘조주빈’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유지했다. 언론은 이에 호응하듯 조 씨의 신상정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다수 언론은 ‘두 얼굴’, ‘이중생활’을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두 얼굴…3년간 50번 넘게 자원봉사>, <조주빈의 ‘이중생활’...인터넷서 성폭력·음란물 상담사 노릇>, <“‘박사방’운영자 조주빈, 전문대 다닐 때 평점 4.17 우등생”> 보도 등을 통해 범죄 혐의와 상반되는 다소 평범했던 그의 과거 행적을 다뤘다. 특히 조 씨가 자원봉사한 단체 관계자의 “성실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였다”는 발언, 조 씨가 인터넷에 남긴 게시글 등이 상세히 다뤄졌다.

다른 언론사들의 접근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 <낮엔 봉사, 밤엔 박사 ‘n번방’ 조주빈의 두 얼굴>, 조선일보 <19세때 학보사 편집장...“성폭력 예방 촉구”기사 쓴 조주빈>, 동아일보 <조주빈, 공개된 공간에선 미성년자 상담사 노릇…478건 답변>, KBS <‘보육원 봉사’에 성폭력 상담도…조주빈은 누구?>, JTBC <“조용하고 독단적 성격”…동료들이 기억하는 조주빈은> 등이다. 24일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결과, ‘조주빈’ ‘두 얼굴’로 검색된 기사는 93건이다.

위에서부터 두 기사는 한국일보의 단독보도, 일요서울의 보도

한국일보는 조 씨의 고교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행적을 좇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조주빈, 독단적 행동으로 학보사 편집국장직 파면돼”>, <“조주빈, ‘홍어’ 등 비하용어 스스럼 없이 써… 대학 때 탈바꿈”> 등은 모두 '단독'을 달고 보도됐다.

한국일보는 조 씨가 대학 시절 학보사 편집국장을 역임하면서 교정을 받지 않고 학보를 발행하는 등 독단적 행동으로 국장직에서 파면된 사실부터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전했다. “말이 많지는 않은 타입이지만 자기 주장이 강해 당시 학보사 동료들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 “학보사 여자 후배들에게는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라고 시켰다고 한다” 등은 학보사 후배의 입을 통해 나왔다.

조 씨의 고교시절에 대해서는 고교 동창의 입을 빌렸다. 조 씨가 고교 재학 시절 3년 내내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다”며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하는 비하 언어를 사용하는 등 주변인과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학여행에서 친구와 다퉈 이가 부러진 에피소드까지 충실히 담아냈다.

일요서울은 조 씨가 관상보기를 좋아했다는 성향을 짚어 강조했다. <[단독] ‘박사방’ 조주빈 학보사 동료 “조씨, 사람들 관상 보는 거 즐겨…편집장 임기 못 채웠다”> 보도에서 “이상하거나 소름돋는 사람은 아니었다”며 “(조 씨는) 관상을 보기 좋아해 사람들의 관상에 대해 자주 말해줬다”는 학보사 동료의 증언을 보도했다.

조 씨의 평범했던 행적을 좇는 보도는 대중의 호기심만 자극할 뿐이다. 이미 이날 오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가 온·오프라인에서 이중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성도착증 환자라기보다는 굉장히 합리적 선택에 의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나눠 행동한 이중적인 사람”이라며 “고학력자에다가 IT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 가능했던 것”이라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말했다. 하지만 언론은 그의 지인, 인터넷 게시글 등을 뒤져 '두 얼굴'을 강조하는 데 하루를 썼다.

앞서 성범죄 사건으로 비슷한 보도행태를 보였던 ‘버닝썬 사건’의 경우 국민들은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보다는 개인 차원의 비리 들추기에 국한된 보도”(85.8%)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조사 결과, "개인 차원에 국한된 보도"외에 “시민의 알권리 충족보단 사회적 관음증을 부추기는 보도가 문제”(81.8%),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추기에 급급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76.6%)를 언론의 보도행태로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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