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는 분명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방송 후 여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때로 그것은 감동이었지만 요즘처럼 논란과 비난이 주를 이룰 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공효진의 최고의 사랑 역시 최고의 시청률은 아니지만 최고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공효진의 빼어난 연기를 그 비결로 꼽고 있다. 그런데 공효진이 연기하는 극중 인물 구애정은 드라마 속 현실에서 국민 비호감 연예인이다.

그러나 구애정 안티들이 모르는 현실 속에서는 최고의 스타 독고진과 최고의 엄친아 윤필주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행운녀이기도 하다. 구애정은 10년 비호감살이에 악플 따위 씁쓸한 표정 하나로 넘어가는 익숙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녀가 피해자이면서도 억울하게도 가해자 이상의 비난 대상이 되는 것을 통해서는 연예인에 대한 선입관이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었다. 물론 과장되고 희화된 부분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구애정은 독고진과 윤필주의 존재가 있어 악플을 견딜 수 있다. 아니 그 이전에 어떻게든 연예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악플에 분개할 여유조차 없다. 그런 구애정이라 할지라도 초등학생 조카 입에서 걸레라는 말이 나올 때만은 울컥하는 서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참 묘하게도 최고의 사랑 구애정과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옥주현이다. 4인조 걸 그룹 출신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요즘 최고의 비호감 가수로서의 절대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 나가수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온갖 비난이 들끓었다. 그러나 나가수는 꿈쩍하지 않았고 예정대로 방송이 진행됐다. 구애정이 예상을 뒤집고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완벽남 윤필주의 애정을 독차지한 것처럼 옥주현은 쟁쟁한 선배가수들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보통은 나가수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은 단박에 감동의 주인공이 되어야 옳다. 아직 이력이 쌓이지 않은 나가수라서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나가수에 대한 현재와 같은 관심이라면 당분간은 지속될 현상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옥주현은 달랐다. 1위를 하고도 뒷말이 무성하고, 심지어 조작된 1위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물론 거기에는 안티의 비뚤어진 시각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소위 4대 의혹이라는 문제점들이 딱 걸린 것이다.

비록 그리 늦지 않게 해명한다고 나섰지만 해명이 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제작진의 조작들은 인간적으로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같은 교회에 출석하는 교우가 아닌 영 남남의 사이라 할지라도 PD라면 자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를 보호하고, 돋보이게 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것이 시청자읜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수작이었기 때문에 옥주현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폐를 끼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옥주현은 왜 국민 비호감이 됐을까?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안티를 끌어들이게 된 사연에는 구애정처럼 어떤 오해나 편견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나가수에 출연한 옥주현의 모습에서는 딱히 문제될 점이 없었다. 립싱크나 하던 아이돌 출신이 감히 1위를 한 것이 불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안티가 아니었지만 1위하는 걸 보고 안티가 되었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옥주현을 욕하는 이들도 속으로는 생각보다 잘한다는 생각을 꼭꼭 숨기고 있을 것이다.

옥주현의 열창에 청충평가단의 허점을 파고든 의도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가수에 출연 중인 가수 중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유혹이 열창편곡이다. 이소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폭탄 하나쯤은 자기 무대에 들고나간다. 그래야만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옥주현도 그랬을 뿐이다.

옥주현은 김건모처럼 자진하차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와 달리 PD 경질이라는 극약 처분이 내려진 것도 아니고, 인터넷만 잠시 끊으면 어쨌든 무사할 수 있다. 대신 며칠간이라도 옥주현의 이름이 음원 사이트 맨 위에 올랐으니 자기 최면도 가능한 상황이다. 옥주현이 앞으로 나가수에 계속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시청자도 잠시 인터넷에서 옥주현 타이틀의 기사를 잠시 끊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가수를 끊을 수 없다면 인터넷이라도 끊어야 덜 불편한 일요일이 될 것이니.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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