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PD수첩>이 불방됐다. 이번 <PD수첩>의 불방은 지난해 김재철 MBC 사장의 지시로 4대강 편 방송이 불방된 지 8개월 만이다.

당초 <PD수첩> 제작진은 24일 방송을 목표로 ‘남북 경협 중단 그후 1년’(가제) 아이템을 준비 중이었지만, 아이템에 대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방송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방송은 파행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이우환 PD는 비제작부서인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갑작스럽게 발령이 났고, 함께 아이템을 준비하던 김동희PD는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물론, MBC가 누차 강조했듯 인사권은 경영진이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이다. 시사교양국을 둘러싼 상황을 감안해 필요한 곳에 인력을 배치하고, 발령할 수 있는 권한이 경영진에게 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상식을 갖고 있는 경영진이라면 당연히 인사 발령이 자칫 방송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심하고 꼼꼼하게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 MBC PD수첩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MBC경영진의 선택은 결국 <PD수첩> 불방이라는 방송 파행을 빚었다. 인사 발령 과정에서 드러난 옳고 그름을 차치하더라도, 경영진의 선택으로 인해 결국 방송이 정상적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인사 발령 이전 <PD수첩> 방송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확인하는 기본마저도 경영진은 지키지 못했다.

더욱이 MBC는 <PD수첩> 불방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방송이 제 시간에 나가지 못하게 될 경우 방송사는 해당 프로그램 하단 자막을 통해 불방 이유 등을 밝히지만, MBC는 이번 <PD수첩> 불방에 대해 그 어떠한 이유도 자막으로 밝히지 않았다. <PD수첩> 홈페이지를 통해 불방 사실을 알렸을 뿐이다.

이에 대해 MBC는 “사전에 기사로 불방 사실이 알려졌고, 바뀐 편성표가 나갔기 때문에 따로 자막으로 불방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럴 듯한 해명이다. 하지만, 방송은 장난이 아니다. 내부 사정이 어떻게 됐든, 정해진 제 시간에 시청자들에게 약속한 프로그램을 방송할 의무가 방송사에게 있다. 일정한 시간에 방송되던 프로그램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제 시간에 방송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거듭 사과해야 할 위중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현재 MBC내부에서 <PD수첩> 불방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남북 경협 관련 아이템을 취재하려고 했던 PD에게 ‘지시불이행’이라는 애꿎은 죄목을 들이대 인사위원회를 열고 있는 곳이 바로 MBC다. 편성의 최종 책임자인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PD수첩>을 담당하는 윤길용 시사교양국장 그리고 김철진 <PD수첩> 담당 부장 등 그 누구도 이번 불방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도 말이다.

MBC는 지난 3월, 좋은 선례 하나를 남겼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 제작진인 김영희PD가 가수 김건모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줘 논란이 일자 가차 없이 해당PD를 교체했다. ‘시청자와의 약속’인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징계’였다.

MBC는 그러면서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영희PD를 경질할 당시 들이대던 그 원칙, ‘시청자와의 약속’이 어디로 간 것인지 MBC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나아가 사회를 지탱하는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MBC의 주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싶다.

‘재도전’이라는 단순한 제작진의 실수를 원칙에 입각해 ‘경질’이라는 어마어마한 징계로 맞선 MBC가 이번 <PD수첩> 불방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지 똑똑하게 지켜보고자 한다.

현재, <PD수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PD수첩> 불방에 항의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종종 있다. 한 시청자의 글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정제되지 않은 글이지만, MBC 경영진에게 일독을 권한다.

“나가수는 원칙을 어겼다고 프로그램의 기획자이자 총책임자를 낼름 자르더니 왜 pd수첩은 오늘 방송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사장 맘대로 무시하는지, 그럼 그도 방송 원칙을 어긴 것인 거니까 낼름 잘라야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나! 윤길용 시사국장도 낼름 잘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 그리고 mbc내에 조금이라도 자각이 있는 언론인이 아직은 남아있다면 제발 힘을 모아 언론인이 자유를 스스로 지켜내기 바란다. 힘껏 응원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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