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4일 MBC <뉴스데스크>
2월24일 MBC <뉴스데스크> ‘과거엔 물러났다’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우선 김주하 앵커가 전한 ‘멘트’를 한번 감상해보자.

“현재 이명박 초대 내각에 쏟아지고 있는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자녀 국적 의혹 등은 지난 10년 동안 7명의 장관들이 물러나야 했던 결정적 이유들과 매 한가지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자녀 이중국적 등 지금 ‘이명박 초기내각’에 제기되고 있는 갖가지 의혹들이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당시에도 당사자의 해명과 반발이 있었고, 의혹이 제기된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적용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당사자들은 모두 ‘낙마’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미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따라 ‘집행’만 하면 되는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적용한 기준에 따르면 된다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검증의 대상에 올라야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검증 시스템’이다. 지난 10년 동안 공직자 인선에 있어 적용해왔던 자신들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선을 한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인선과정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등을 짚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실용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자신들이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납득할 수 있는 해명과 설득을 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해명과 설득이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정치적 타격을 받더라도 국민적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초기 내각’을 대폭 수정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여론의 눈치’를 살피거나 ‘지나친 정치공세는 자제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격하시킬 문제는 분명 아니다.

▲ 동아일보 2월25일자 5면.
오늘(25일)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지만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해 철저히 검증했다”는 국무위원 후보자들 가운데 한 명이 새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그만두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오늘자(25일)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검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유감인 것은 언론들의 보도 태도다.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도미노 사퇴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식의 보도부터 시작해 ‘여론이 악화되면서 한나라당도 싸늘하다’ ‘한승수 총리후보자부터 장관 청문회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정국이 여야간 대치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주를 이룬다.

정면 비판 하지 않는 대다수 언론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MBC처럼 지난 10년 동안 공직자 검증이 어떻게 진행돼 왔고, 그 검증의 주체가 한나라당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원칙적인 비판’을 하고 있는 언론사는 좀 드물다. 한마디로 정면으로 이 문제를 비판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대다수 언론이 보인 태도와는 상당히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히 오늘자(25일) 동아일보는 애써(?) 사안을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몸짓’이 지면에서 느껴진다.

한국일보는 오늘자(23일) 사설에서 “이들의 부적격 요인을 미처 확인ㆍ검증하지 못한 것을 이해할 만한 여지는 있다. 그러나 드러난 의혹을 무시하거나 감싸려 하는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부드럽게’ 비판했지만, 글쎄다.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검증한 초기내각의 ‘도덕적 수준’이 이 정도인 것이 놀라우면서 이해하기 어렵고, ‘드러난 의혹을 무시하거나 감싸려 하는 자세’는 더더욱 이해가 안된다.

대다수 언론이 하질 않으니 ‘나’라도 해야겠다. “과거에 다 물러났다. 그러니 이만 물러나시라.” 왜 물러나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이미 한나라당이 설정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참고하라는 차원에서 경향신문의 오늘자(25일) 사설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 경향신문 2월25일자 사설.
“공직후보자, 특히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무직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준은 이춘호 장관 후보자 같은 사례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만큼 높아져 있다. 이명박 정부가 즐겨 얘기해온 김대중·노무현정권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그 같은 기준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졌고,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그 ‘기준 향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이 적용했던 공직자 도덕성 기준을 이명박 정부의 내각이나 청와대 수석 진용에 고스란히 적용하면 아마도 남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 또다시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 전에 현명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물러나야 할지, 끝까지 버텨야 할지는 당사자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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