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시즌2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다. 1차 경연 6위를 차지해 7위였던 BMK와 함께 탈락의 위험에 놓였던 김연우가 뒤늦게 나가수에 적응하는 모습을 취했지만 500명의 청중평가단의 시선을 많이 가져오지 못했다. 비록 2차 경연에서 이소라가 6위, 박정현이 7위를 했지만 이들은 1차 때 1,2위로 이미 벌어놓은 것이 있어서 탈락의 문을 열지 않을 수 있었다.

비록 탈락은 했지만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임재범의 ‘여러분’보다 김연우의 ‘너와 같다면’이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장악한 것에 위안을 삼을 수는 있을 듯싶다. 다시 볼 수는 없지만 후반부에 색소폰과 경쟁하듯이 스캣 애드리브는 대단히 인상적인 장면 또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김연우는 이 부분에서 노래가 아니라 인성을 하나의 악기처럼 다루며 마치 산화하듯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도대체 임재범을 어찌 하란 말인가

김연우의 탈락에 대한 아쉬움보다 더 큰 것은 임재범이 준 감동이었다. 나가수는 시즌2에 합류한 임재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자칫 시즌1에 일었던 논란으로 인해서 분위기가 침체될 위험도 분명 존재했으나 임재범이란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안전하고도 상쾌한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빈잔에 이어 이번 주 여러분까지 임재범은 노래 한 곡으로 소설 한 권 아니 하나의 인생을 보여줬다고 할 정도로 마술을 부리고 있다. 그의 노래는 다른 폭발적인 무대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나가수 중독에 더욱 치명적으로 빠뜨리고 있다.

임재범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말재주가 부족해 그의 노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함이 한탄스러워진다. 임재범은 그의 독특한 카리스마로 마술피리를 불어 대한민국을 미지의 장소로 이끌고 가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 몽환의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누구라도 이 꿈같은 경험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 임재범의 노래에 눈물을 쏟은 것은 비단 현장의 청중들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티비를 보면서, 고작 노래 한 곡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보였을 것이다.

임재범의 노래는 대단히 강력하고 폭발적인 외연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귀를 통해 마음으로 전달돼서는 마치 어머니의 손길처럼 가만 가만 듣는 이의 영혼을 매만져주는 내연의 힘으로 진화한다. 임재범의 무대가 시작하자 가수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윤도현이 의미 있는 한마디를 했다. “청중평가단 좋겠다”라는 말이었다. 그랬다. 티비를 보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감동이 심중을 흔드는데 현장음을 그대로 듣는 청중평가단은 수십만 원으로도 살 수 없는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이니 부럽지 않으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도대체 이 임재범을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소라, 박정현의 의미 있는 쉼표 찍기

임재범의 한 방 터뜨림이 워낙 커서 그렇지 윤도현의 런데빌런이나 김범수의 늪은 원곡과는 또 다른 강력한 록비트로 무대를 장악했고, BMK 역시 그녀의 풍부한 성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렇게 모두들 강력한 한 방의 노래 폭탄을 터뜨린 것과는 달리 아주 조용히 쉼표를 찍듯이 노래한 두 사람이 있었다. 이소라와 박정현이다.

1차 경연에서 이소라는 보아의 넘버원을, 박정현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로 객석을 흔들어놓았고 순위도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상위를 차지해 사실상 탈락의 가능성이 적어진 탓이 컸을 것도 짐작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이소라와 박정현은 뜨거운 한 방 대신 조용히 숨죽이는 쪽을 택했다. 그것은 매우 현명하고도 사려 깊은 선택이었다. 일곱 명 모두가 뜨겁게 불타오른다면 나가수의 전체 그림은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다.

강약의 조화가 없이는 음악이라 할 수 없다. 모두가 임재범이고, 윤도현이라면 나가수는 쉽게 질려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소라의 무대를 지켜본 김범수가 “이 상황에서 저렇게 내려놓을 수 있다는 건 용기다”라고 감탄했던 것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소라의 의도는 공연 후 소감에 잘 나타났다. 이소라는 “점점 더 노래를 세게 귀가 지쳐가는 것 같더라고요. 제 자신이..”라고 했다. 시청자는 딱 한번 티비를 통해서 볼 뿐이지만 무대에 서는 가수들은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변화의 욕구를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연스러운 가수의 리듬 본능이 나가수의 경직을 막아줄 수 있었다. 이 작은 일탈은 나가수의 미래 청사진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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