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이 이제 한 번의 경연만 남겨 두고 있다. 줄곧 이슈가 되어온 백청강의 우승이 강력하게 예상되어 사실은 결승의 긴장감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슈퍼스타K 허각과 존박의 각축과 긴장감이 위대한 탄생의 결승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어서 제작사로서는 불만을 전혀 갖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짝퉁의 오명 속에서도 사장님의 지엄한 특명을 준수코자 시작했던 것이 큰 장사까지 해냈으니 완성도까지 따질 이유는 없을 것이다.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 짝퉁의 오욕을 벗을 수 있었던 것은 멘토제의 수용이었다. 어떤 의미로건 부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하다못해 백청강을 폄훼한다는 혐의로 인해 줄곧 뭇매를 맞고 있는 이은미의 존재조차 위대한 탄생의 인기를 견인한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초라한 탄생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위대한 탄생은 결승 이전부터 경연의 긴장감은 많이 식고 있었다. 참가자들의 음악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중단되었고, 이은미, 방시혁에 대한 비난이거나 김태원에 대한 칭송이 이슈를 대신했다.

이제 한 주를 남긴 위대한 탄생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이은미에 대한 대중의 감정이 너무도 격앙됐다는 것이다. 헌데 이제 이은미는 백청강에 대한 아니 멘티에 대한 독설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이은미에 대한 비난은 그칠 줄 모른다. 볼테르의 말이라고 했던가? 사람은 할 말이 없어지면 욕을 한다고 했다. 할 말이 없어진 위대한 탄생에 대해서 그저 욕이나 하자는 투는 혹시 아닐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은미는 왜 욕을 먹는 것일까. 그 시작은 권리세를 발탁한 것이었고, 절정은 백청강의 미워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권리세를 멘토 스쿨에 발탁한 것을 두고는 흑막을 거론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자의가 아니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위대한 탄생에서 완벽하게 비난 지분을 독점한 것은 이은미의 잘못(?) 이전에 멘토 시스템의 결함에 있다. 멘토가 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고, 그 모순으로 인해 참가자의 당락을 쥐고 있는 문자 투표는 왜곡되어 갔다.

위대한 탄생 제작진이라고 멘토제의 모순과 허점을 몰랐을 리가 없다. 일밤 신입사원도 멘토제를 도입했지만 심사와는 분리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위대한 탄생은 멘토제의 모순을 안고 그대로 결승점까지 가고 있다.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그런다는 혐의를 벗을 수 없다. 멘티보다 멘토의 존재감이 기형적으로 커져버린 상황에서 멘토들을 뒷방으로 보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논란과 돌팔매가 그치지 않더라도 이슈를 유지하기 위한 독배를 든 것이다. 아니 멘토들 특히 이은미, 방시혁에게 그 독배를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능적으로도 모순을 안고 시작한 멘토제는 결국 도덕적으로도 실패했다. 대중의 눈 밖에 난 멘토들에게 가해진 린치 수준의 비난에도 제작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쾌재를 부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문제 해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예선의 멘토스쿨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본선에서 멘토와 심사를 분리하지 않는다면 차기 시즌에 멘토 섭외에 응할 사람이 있을지가 의문이다.

섭외가 된다고 하더라도 소신발언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김태원 멘토스쿨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박완규조차 김태원 대신 출연했던 지난 TOP3 무대에서는 극도로 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원 멘티들은 성역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김태원 멘티들이 위대한 탄생 이후 가요계에서도 여전히 그 쉴드막의 보호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들에게 감히 지적질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됐다.

대중의 기호를 살펴가면서 말을 가리게 된 심사평에는 어떤 의미도 둘 수 없다. 멘토들에게 그런 심각한 굴욕을 안겨준 것은 위대한 탄생 멘토제의 가장 심각한 폐해이다. 위대한 탄생에서는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는 명언도 쓰레기 취급당할 분위기가 됐다. 이렇게 된 모든 책임은 위대한 탄생에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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