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1일 MBC <뉴스데스크>
2월21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영된 리포트 ‘기본도 몰랐다’의 한 장면이다.

MBC는 지난 20일 태안지역에서 기름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에게 정부가 나눠준 옷이 방제복이 아니라 기름을 오히려 빨아들이는 방진복이었다는 점을 집중 보도했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방제효과도 없는 싸구려 작업복을 입고 독극물과 두 달이 넘게 사투를 벌여야 했던” 상황을 전달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이 리포트는 사태의 심각성과 충격을 동시에 던져주며 ‘호평’을 받았다.

MBC는 21일에도 관련 리포트를 연이어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했는데, 이날 김성수·박혜진 앵커는 뉴스를 마무리하는 클로징 멘트를 이렇게 ‘멋지게’ 날렸다.

● 김성수 앵커 : 요 며칠 집중 보도해드리고 있는 기름유출 사고 후유증을 보면서 정부는 그렇다고 치고 저희를 비롯해 언론들도 참 무지하고 무책임했구나하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 박혜진 앵커 : 외국에선 대피부터 시킨다는 데 그저 달려가는 게 능사인지 알았고 다른 문제점도 좀 더 빨리 지적했어야 했습니다.

● 김성수 앵커 : 지금부터라도 태안 주민들 어떻게 돌봐야하는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오늘 뉴스 마치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미디어비평’이라는 게 어려운 것 같아도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 타사 보도에 대한 비판을 주업무로 하는 것을 미디어비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타사 보도 비판하기 전에 자사보도부터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각 언론사가 자신들의 보도가 가진 문제점을 스스로 비판하고 성찰할 줄 안다면 그리고 그런 자정능력을 스스로 가졌다면 그 자체가 바로 ‘미디어비평’이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비평은 성찰할 줄 아는 능력과 부끄러워 할 줄 아는 겸손함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21일 MBC가 <뉴스데스크>에서도 지적했지만 “독성물질이 가장 많이 퍼졌을 때, 주민들을 일단 대피시키는 건 기본인데 정부는 기름부터 걷어내자며 온 국민을 달려가게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리고 언론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주목하지 않은 채 ‘자원봉사 홍보’하기에만 바빴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 책임규명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보상문제와 태안주민들의 삶의 고통과 같은 문제는 그다지 언론의 많은 주목과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어이없으면서도 ‘위험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다시 21일 MBC <뉴스데스크>다.

“정부가 원유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탓에, 심지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까지 태안으로 달려와 팔을 걷어붙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 오범진 교수 (서울 아산병원 응급의학과) : "아이들은 위험합니다. 어린이들의 경우는 그런 현장을 가급적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천식, 피부질환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돼 있기 때문에요."

많은 의사들이 이렇게 경고를 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심지어 언론까지도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재난을 이겨내는 미담 사례의 하나로 포장했을 뿐입니다.”

자신의 과오를 성찰할 줄 아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특히 남을 비판하는데 익숙해 있는 언론종사자들에게 어쩌면 그것은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 있어야 할 덕목인지도 모른다.

“외국에선 대피부터 시킨다는 데 그저 달려가는 게 능사인지 알았고 다른 문제점도 좀 더 빨리 지적했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태안 주민들 어떻게 돌봐야하는지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이날 클로징 멘트가 유쾌하게 다가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뉴스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두 앵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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