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에 대한 편집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외양은 분량 늘리기에 대한 불만이지만 기실 내용은 경연이 없는 나가수를 보며 겪는 일종의 긴장감 금단 현상이다. 그러나 나가수의 이런 모습은 대단히 잘하는 모습이며,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나가수가 비록 기존의 명곡들을 리메이크하는 형식이지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매주 경연하고, 순위가 발표되기를 바라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나가수의 품질은 결코 최고를 지향할 수 없다.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에 가수에게 꼭 맞는 편곡을 완성하는 것부터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 그것을 연습하고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설혹 2주간의 시간이라 할지라도 넉넉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쟁쟁한 가수들과 경쟁하는 살벌한 진검승부의 장인 나가수 경연에서 꼴찌를 면하기 위해서는 편곡과 연습 모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가수 경연이 한 주 미뤄진 것은 더 완성된 무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시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서바이벌 시스템으로 인해 탈락하게 될 어떤 한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을 배려한 점도 읽어야 한다.

헌데, 지난 나가수에서 중요한 요소가 포착되었다.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분석한 1위하는 공식(?)이다. 나가수 순위는 오로지 500명의 청중 평가단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여기에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심사위원 점수도 없으며, 여타의 인기투표가 없다. 결국 청중 평가단의 수준에 의해서 나가수 출연 가수들의 평점이 매겨진다는 맹점을 피할 수 없다. 어차피 전문가 수준의 심사가 아니라 가요 애호가로서의 선호도를 요구한 것이기에 청중 평가단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

심사가 아닌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청중 평가단을 상대로 한 나가수 생존전략은 고음역의 가창력 대결을 강요한다. 경연 없이 다음 최종 경연을 앞둔 중간 점검이었던 방송에서 임재범은 아주 중요한 발언을 했다. 냉정하게 따져서 김연우가 1위라는 것이다. 임재범 자신은 넋두리와 한풀이를 한 것이고 김연우는 노래를 했다는 말을 했다. 어려운 말이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어려운 말이었다. 임재범의 이 한 마디는 나가수가 안고 가는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에 앞서 가수들 인터뷰를 통해 김연우는 자신이 변화할 수밖에 없음을 토로했다. 절제의 미학이 나가수 경연에서는 먹히지 않음을 안 것이다. 출연하자마자 탈락의 위험에 놓인 김연우는 16년간 고수했던 자기 스타일을 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1차 경연에서 1위를 해 가장 안정권에 선 박정현은 경연용이 아닌 콘서트용 노래를 선택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곡의 방향은 박정현의 특성화된 요소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인식이 청중 평가단에 대한 오해일 수도 있다. 예컨대 나가수 1회에 이소라가 불렀던 ‘바람이 분다’는 마치 촛불처럼 작고 느린 속도로 청중들의 가슴을 적셨다. 그러나 오해가 아니라면 나가수의 편곡 방향은 하나같이 내지르는 창법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워낙에 한국 대중이 가수에 대한 평가기준이 그렇기 때문이고, 라이브 무대의 특성상 조신하게 노래해서는 청중을 선동키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중평가단이 좀 더 음악적으로 탐미적인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김연우라서가 아니라 김연우처럼 부르는 노래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좀 더 냉정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가수의 감동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매주 새로운 청중 평가단으로 물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활동하는 준 고정 평가단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적어도 같은 가수들이 총 3번의 무대를 갖는 동안만이라도 평가단을 고정하는 것도 시도해봄직하다.

어쨌든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작진이 찾아내야겠지만 나가수가 대단히 긍정적인 면들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가창력 대결로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게 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중평가단이 브레이크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가속페달만 밟고 싶은 심정이겠으나 궁극적으로는 브레이크 없는 돌진이 가져올 부작용이 나가수 스스로의 수명을 줄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과유불급의 교훈은 지금의 나가수가 새겨야 할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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