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을 통해 가장 확실한 스타성을 낙점 받은 참가자는 백청강이다. 백청강의 면면을 슈퍼스타K의 우승자 허각과 비교하는 일도 종종 있지만 어차피 오디션이 끝난 후의 진검승부에서는 누가 살아남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기에 이런 비교는 큰 의미 없다. 아무리 강남 코디네이터들의 손길이 닿아도 세련돼지지 않는 교포 청년 백청강에 대한 대중의 인기는 거의 절대적인 것처럼 보여 항간에는 이미 위대한 탄생의 우승자로 확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죽하면 이은미가 “어떻게 노래하는 것이 (대중)여러분들의 더 큰 사랑이나 인기를 얻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듯이 말할 정도로 백청강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사뭇 거대한 찻잔 속 태풍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백청강의 고음역 가창력이 최근 대중의 트렌드에 잘 맞은 탓이고, 그의 히스토리가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토인 인간승리의 공식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대로라면 세간의 설이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도 꽤나 높아 보인다.

그러나 슈퍼스타K에서 예상을 뒤엎고 허각이 우승한 것처럼 결승 당일 대중의 마음을 누구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백청강에게 쏟아지는 인기와 지지는 위대한 탄생이라는 울타리 내에서만 유효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위대한 탄생 이후를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특히나 슈퍼스타K 이후 가수로 데뷔한 이들에게 지상파 방송사가 담합하여 출연을 막았던 이기적이고 옹졸한 제재가 다른 출연자들을 비롯해 백청강에게도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위대한 탄생 이후를 걱정하게 된다.

우승 상금 3억 원에 중형 차량만 해도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겠지만 오디션 이후 가수로서 활동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면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우승자 허각이 가수로서 방송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슈퍼스타K의 고민이자 원죄인 것이다. 벌써부터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들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최근 나가수로 인해 MBC 예능이 가요계 및 예능계의 경계대상 1호로 부상한 탓도 크다. 가요계의 나가수 저격은 끊일 줄 모르고, 장기집권하던 KBS의 해피 선데이마저 나가수로 인해 즉각적인 시청률 이탈을 겪는 중이다.

여기다 무한도전 디너쇼가 가세하게 되는 6월이 되면 MBC의 대중가요 독점은 지금보다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타방송사 입장에서는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들에게 더욱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로는 모두 공영방송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방송사들이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방송출연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이 불행한 우리의 현실이다. 게다가 JYJ의 경우에서 뼈저리게 느끼듯이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권은 프로그램 PD가 아닌 대형 기획사에 의해 좌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나가수로 인해서 가요계 공공의 적이 된 MBC이기에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우승자에게는 그나마 현실적인 보상이라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얻은 인기와 가능성을 프로 무대에서 검증받을 기회조차 박탈될 우려가 크다. 위대한 탄생은 벌써부터 시즌2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위대한 탄생은 짝퉁의 오명은 완전히 벗지 못했지만 상업적으로는 확실한 성공을 거뒀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MBC가 지금 당장 할 것은 시즌2의 성공기원이 아니라 슈퍼스타K 출신자들이 겪었던 좌절을 해결할 방안을 내놓는 일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멘토 시스템을 손보는 것도 시급하지만 시즌1 종영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위대한 탄생 출신으로 가수 데뷔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타 방송사와의 양해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 MBC가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과 JYJ에게 막아놓은 바리케이드를 치워야 함은 당연하다. 자신이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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