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리덤 하우스는 한국을 부분적 언론자유 국가 등급으로 평가했다. 자유에도 순위가 있다는 것이 좀 우화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한국은 언론자유 70위로 전보다 몇 계단 내려왔다. 그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질 판인데, 이 부끄러운 부분적 언론자유국가의 부끄러운 증거가 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연예계 이슈를 독점하고 있는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일본 반응이라는 기사가 지면을 도배하는 벌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한 네티즌이 축구에 대한 반응을 조작한 것이었다.

장난에 불과한 한 네티즌의 조작에 아무런 사실 확인 절차 없이 기사를 쓰고, 그것을 또한 의심 없이 재활용한 후속기사들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것이 어쩌다 생긴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연예 관련 기사들이 소위 발로 뛰는 취재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보다 단순히 연예 관련 게시판에 오른 불확실한 게재물들을 기반으로 기사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번에도 게시판에 오른 글을 기자가 덥석 문 것뿐이다.

정치적으로는 부분적 자유지만 한국 언론은 연예계에 대해서는 완벽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아니 자유를 넘어 방종의 언론이 된 지 오래다. 기사 작성의 기초인 팩트는 연예계 기사에서 가장 무시되는 것 중 하나다. 오보에 대한 정정이나 사과도 없다. 요즘 기사에 붙는 댓글들을 보면 가장 흔하게 보이는 반응이 아무나 기자하냐는 것이다. 이곳저곳의 게시판을 넘나들며 기삿거리를 낚는 수준이면 누가 못하냐는 냉소에 떳떳치 못한 것이 한국 언론의 모습이다.

이런 현상이 인터넷 신문들이 범람하면서 생긴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일본 반응 조작에 휘말린 것은 비단 인터넷 신문에 국한된 것은 아니기에 언론의 전반적 하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저질 기사가 판을 치는 이상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와 평가가 좋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번 나가수 일본반응 조작 해프닝을 통해 반성해야 할 또 하나는 바로 한류에 대한 맹목적이고 무비판적 태도다. 요즘 연예인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한류스타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물론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무척이나 바람직하고 자랑스러운 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류가 가져오는 효과가 아무리 긍정적이라 할지라도 한국의 모든 것이 한류일 필요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연예언론이 아주 작은 반성의 계기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연예 게시판에 상주하는 태도 역시 버려야 할 것이다. 방송 4회만에 시즌2를 맞이한 나는 가수다에게 여전히 골칫거리는 스포일러다. 나가수 스태프이건, 청중평가단이건 애초에 스포일러를 작성하는 사람이 문제겠지만 각종 게시판을 하이에나처럼 헤매고 다니며 기필코 스포일러를 찾아내 그것을 기사화하는 것이 더 문제다. 스포일러까지 대중의 알권리라고 우겨대선 곤란하다.

그러나 나가수 일본반응 조작으로 망신을 당하고도 정신을 차린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절망적이다. 곧바로 스포일러 기사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신을 당하고도 망신당한 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한국 언론의 미래는 현재보다 더욱 어둡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