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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4대강 찬성 안하면 '방송뉴스' 보지마세요[기자수첩]
김완 기자 | 승인 2011.05.11 23:57

구미 지역의 단수 사태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오늘로 벌써 닷새째다.

지난 8일 낙동강 광역취수장에 설치된 취수용 가물막이가 수압에 못 이겨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구미시를 비롯해 김천, 칠곡 등 경북 지역의 식수 및 생활용수 공급이 중단됐다. 사건 발발 초기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공업용수 공급도 중단됐을 정도로 불가항력의 상황이었다.

이후 재해대책본부가 만들어지고 긴급 복구 작업이 벌어져 산업단지에 우선 물이 공급되고, 일부 지역에 물 공급이 재개됐지만 이 시간까지도 구미 지역 3만 6천여 가구에는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생활용수 공급보다는 구미산업단지의 용수 공급이 먼저 재개되면서, 행정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번 단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주민이 무려 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멀쩡하게 나오던 물이 갑자기 나오지 않고, 그게 닷새나 이어진다고 상상해보면 끔찍하다. 생활은 그야말로 초토화 될 것이다. 하지만 관련한 내용은 일부 매체에만 보도될 뿐, 대다수의 언론은 단순 스트레이트로 전하거나 아예 누락시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8일 이후, 11일까지 조중동은 관련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았다. 조중동은 분명한 정파성을 갖고 있는 매체로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하자. 심각한 곳은 보편적 접근권을 갖는 방송 뉴스다.

   
  ▲ 4대강 공사로 인한 경북 지역 단수가 이틀재 접어들었던 지난 9일, KBS는 관련 보도를 마지막으로하며 '4대강'을 언급하지 않았다.  
 

50만에 이르는 주민이 피해를 입었고, 여전히 10만에 가까운 이들이 물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KBS와 MBC는 8일과 9일 관련 내용을 보도했을 뿐, 10일 부터는 후속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SBS의 경우 '8시 뉴스'에선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지만  11일에 이르러서야 구미의 상황을 스케치 형식으로 처음 전했을 뿐이다.

KBS와 MBC 보도 역시 묘하다. KBS와 MBC는 8일 사고 소식을 전하며, 이번 사고가 '4대강 공사'때문이란 점을 밝혔다. KBS는 8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에서 취수장의 임시 물막이 보가 무너졌다", "물막이 보는 4대강 공사로 낮아진 취수장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설치했다" 등의 언급을 통해 이번 사고의 원인이 4대강 공사라고 밝혔다. MBC 역시 8일자 보도에선 "4대강 공사를 위해 설치한 낙동강 구미취수장의 임시보가 무너졌다"며 이번 사고의 일차적 책임과 공간적 장소가 4대강 공사 현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BS와 MBC는 나란히 9일자 보도에 들어서며 리포트에서 '4대강'을 언급하지 않았다. KBS와 MBC 보도는 물 공급이 지연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차원으로 축소되는 모습이었다. 4대강 공사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삶에 실제적 불편과 불안이 찾아온 상황이었지만, 방송 뉴스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기 보다는 현상을 전하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KBS와 MBC는 10, 11일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단수가 계속되고, 단수의 원인이 '낙동강 28공구 구간 강바닥 준설에 따른 유속 상승'에 의한 것이고, 단수 사태가 '무리한 4대강 사업이 양산한 폐해'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원인을 짚어내는 후속 보도를 하지 않았다. 4대강 공사로 단수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하지 않기 위한 의도적 외면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SBS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관련 보도를 하지 않다가 11일에 이르러서야 처음 관련 보도를 했다. 11일 보도 역시 '4대강'은 아예 꺼내지도 않고, 단수로 불편을 겪고 있는 구미의 풍경만 스케치했다.

방송 뉴스의 이러한 모습은 2가지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보인다. 우선, 뉴스 가치와 상관없이 4대강 관련 보도는 무조건 소극적이란 점이다. 4대강 관련 보도가 방송사 내부에서 '금기 사항'이 됐다는 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거의 검열 수준의 아이템 간섭이 이뤄진다는 점이 내부 구성원들의 고백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번 대규모 단수 상황 보도는 이러한 내부 고백이 실질적으로 뉴스의 가치를 결정하는 차원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 문제는 방송 뉴스의 시선이 서울/수도권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만약, 같은 문제가 서울이나 수도권 인근에서 벌어졌면, 방송 뉴스가 소극적 보도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서울 지역 버스나 지하철만 멈춰도 매우 비중 있는 아이템이 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단수 사태에 대한 방송 뉴스의 무딘 보도는 지역 현안에 대한 중앙 언론의 편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법하다.   

최근 몇 년간 방송 뉴스의 퇴행성에 대한 지적은 끝이 없이 제기되어왔다. 4대강 공사로 인한 경북 지역의 단수 사태는 본의 아니게 지금, 방송 뉴스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를 드러내고 있다. 방송 뉴스 스스로, 지금 뉴스는 서울에 거주하며 4대강 공사에 찬성하는 사람만을 위한 뉴스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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