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시즌2의 두 번째 무대가 공개됐다. 그리고 가요사에 남을 만한 명작 무대를 계속해서 남기고 있다. 나가수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의 존재는 대중적 인지도와 청중 평가단의 선호도와 별도의 가치를 갖고 있다. 그것은 경연을 처음 겪게 되는 임재범의 무대로 완벽하게 증명됐다. 비록 청중평가단에게는 4위의 선택을 받았지만 임재범의 카리스마는 곧바로 음원 사이트에서 힘을 발휘했다.

그동안 나가수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였던 것은 YB였다. 그러나 임재범이 보인 남진의 빈잔 재해석은 예상치 못한 파격을 보였다. 우선 흥미로운 것은 대고(大鼓) 퍼포먼스 전문가 임원식과 구음 피처링 차지연의 협연이다. 대고는 음악보다는 시각적 효과를 높였고, 전통 판소리 창법은 아니지만 뮤지컬 배우 차지원의 구음은 인도 명상 음악을 연상시키며 신비로운 전체 분위기를 잡아갔다.

임재범의 빈잔은 가요의 철학적 해석이 돋보였다. 보통 대중가수들 중에서 록음악을 하는 이들 중에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데, 임재범 역시 국악과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빈잔이라는 노래를 전혀 다른 곡으로 바꿔놓았다. 앞으로 임재범이 다시 국악 크로스오버를 한다면 기대되는 세션은 기타로는 백두산의 김도균이고, 북을 활용한다면 최소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김도균은 전통 음악인 산조를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하는 사람이니 기대를 갖게 된다.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순위는 선호도 이상의 의미는 없다. 청중평가단이 선택한 4위는 그의 음악적 가치를 규정짓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임재범의 무대는 한국 대중가요의 예술성을 만방에 알리는 중요한 근거다. 많은 사람이 임재범의 음색 때문에 마이클 볼튼을 많이 떠올리지만 국악 크로스오버를 들고 나온 그에게서 스팅을 연상할 수 있다. 스팅은 얼마 전 고악기인 류트를 중심으로 한 대단히 클래식한 음반을 낸 적이 있었다.

임재범이라면 스팅이 류트에 맞춰서 노래를 했듯이 가야금 혹은 해금 선율에 멋들어진 노래를 소화해날 수 있을 거란 믿음과 기대가 생겼다. 임재범이 부른 남진의 빈잔은 크로스오버의 모범을 남겼다. 임재범의 노래를 들으면서 종종 판소리를 했어도 명창이 됐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국악 크로스오버를 임재범 식 판소리 재해석도 기대해봄직하다. 어쨌든 임재범은 대단한 가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임재범에 이어 또 다른 면에서 충격을 준 가수는 이소라다. 다른 모든 가수가 남진, 조용필을 비롯해서 모두들 선배의 노래를 선택한 반면 이소라는 아이돌 가수 보아의 NO.1을 골랐다. 이 선곡에 대한 동료들의 반응은 도 아니면 모의 선택이라고 의아해 했다. 그러나 이소라의 NO.1을 들으면서 개성 강한 아티스트 뷰욕(Bjork)를 떠올린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다.

이소라의 NO.1은 그동안 바람이 분다. 너에게로 또 다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등 극서정적인 노래를 불러왔던 이소라의 의미심장한 반격이었다. 뷰욕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듯이 이소라 역시 서정적인 발라드 가수로 단정해서는 안 될 이유를 설명한 무대였다. 좌우로 기타 세션의 어쿠스틱한 무드에서 폭발하는 이소라의 록발성은 대단한 반전 그 자체의 충격이었다. 이런 이소라의 변신은 놀랍기만 한데, 바람이 분다에서는 글루미 선데이를 떠올릴 정도의 극서정성을 보여주더니 NO.1에서는 그와는 전혀 다른 그녀 안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한국 대표가수들의 실력과 가치를 여실히 증명해냈다.

나는 가수다는 예능 프로다. 그렇지만 적어도 8일의 나가수 시즌2 두 번째 무대는 그 어떤 예술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을 높은 예술성을 보였다. 예능에서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는 냉소도 있었고, 나가수가 가수를 모독한다는 억울한 누명도 썼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비난이 얼마나 경솔한 것이었나를 증명해내고 있다. 물론 아직도 순위라는 부분에 대한 예민한 시선은 피할 수 없지만 그런 위험요소는 나가수가 흔한 음악 프로에서 볼 수 없었던 예술성을 완성하고 또 그것이 대중을 움직이는 힘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는 희생일 것이다.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의한 순위는 나가수가 예능으로 존재하기 위한 긴장감 유지 장치지만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정체되지 않고 순환될 수 있도록 해주기에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나가수는 서바이벌이 갖는 위험과 논란을 훌쩍 뛰어넘을 높은 가치들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 초기에 불과해서 남은 긴 여정의 성과를 미리 정해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가수가 가수를 모독하고 나아가서 예술을 폄하할 것이라고 했던 사람들은 스스로의 경솔함에 대해서 반성할 만큼의 모습은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나가수를 오해했던 대표적인 두 사람들은 임재범과 이소라의 노래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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