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아이돌버전 나는 가수다인 불후의 명곡2를 5월에 방송한다고 한다. 8초 가수라는 냉소도 받았고, 요즘은 좀 뜸하지만 신곡을 낼 때마다 MR제거의 검증을 거치는 수모 아닌 수모도 받는 상황에 아이돌의 가창력에 대한 오해(?)를 풀어준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위대한 탄생이 그렇듯이 불후의 명곡2도 나는 가수다 따라하기의 눈총을 피하기는 어렵다. 불후의 명곡2를 어떻게 포장하건 이 프로그램을 불후의 명곡의 후속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불후의 명곡의 명분을 이어가는 것처럼 위장하긴 했지만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누구나 나가수 따라하기라는 것은 모를 리 없다. 이제 방송은 시청률 앞에 자존심이고 뭐고 가리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불후의 명곡이 또 아닌 척 하는 부분이 있다. 외형상으로는 그것이 나가수와의 차별성을 두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는 아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을 것이다.

나가수의 서바이벌 형식이 초기의 거대 논란의 원인이었고 아직도 탈락자가 나온다는 것은 언제 논란이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잠재적 위험요소다. 이런 위험요소가 아이돌 팬덤과 결합된다면 그 폭발력은 대단히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탈락이라는 위험요소를 제거한 것은 평화로운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불후의 명곡2가 서바이벌을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힌트는 2AM 창민과 아이유가 여섯 명의 명단에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애초에 가창력 검증과는 무관한 대상들이 이들 속에 껴있다는 것이다. 명분이 어떻든 현실적으로 가창력을 뽐낼 만한 리드 보컬이 그리 많지 않다는 고민이 불후의 명곡2에 숨겨져 있음도 알아차리기 어렵지는 않다. 게다가 많은 아이돌 그룹의 해외진출로 고정으로 출연 가능한 인원에 제한이 많은 것도 크나큰 고충일 것이다.

그것은 현역에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평균의 가창력을 가진 메인 보컬은 많겠지만 서바이벌이라는 독한 요소 없이 시청자의 관심을 견인하기 위한 감동의 보컬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아이돌의 범위를 넓힌다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SG 워너비, 가비앤제이, 다비치 등 보컬 그룹이 있지만 이들을 엄격한 의미의 아이돌로 분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2에 내포된 진정한 고민은 과연 성공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2011년의 대세 아이유와 다들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기는 하지만 팬덤만으로 시청률이 오른다면 지상파 3사의 음악프로 시청률이 그렇게 낮을 수는 없다. 게다가 요즘 시청자들이 아이돌 프로그램에 비우호적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거기다가 불후의 명곡2에 결여된 가장 큰 흥행요소는 긴장감이다. 나가수가 어마어마한 논란을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못한 것이 서바이벌이란 단어이다. 그만큼 쟁쟁한 가수들 중에 누군가 하나는 반드시 떨어진다는 이 모순의 필요악이 불후의 명곡에는 없다. 시청자는 잔인을 즐긴다. 욕이란 욕은 다하면서도 결국 막장 드라마가 성공하는 환경 속에서 불후의 명곡이 성공할 거란 예측은 어렵다. 이런 식이라면 불후의 명곡은 나가수 따라하기가 아니라 콘서트 7080 아이돌 버전에 더 가깝다.

물론 이런 문제들을 제작진도 다 알 것이고, 무엇이 됐건 강한 것을 준비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최근 토요 예능에서 보이는 KBS 부진 때문에 그다지 큰 기대감도 생기지 않는다. 백점만점의 부진을 씻고자 고작 MBC 아이돌 육상대회 가져다 쓰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결국 그렇다면 아이돌 가창력에 대한 오해를 씻어준다는 유일하게도 선한 목적마저 달성키 어려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나가수에 대한 관심과 환호성이 높을수록 불후의 명곡2에 대한 냉소적 시선은 비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가수 형식보다는 본래의 불후의 명곡의 포맷으로 아이돌들이 선배가수들과 어울리며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스타일이 더 낫지 않을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튼 나가수로 인해 본의 아닌 피해를 입고 있는 아이돌에게 애먼 맘고생 시키는 프로그램은 되지 말았으면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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