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패밀리의 후속 최고의 사랑 후반부는 드라마를 보는 건지 예능을 보는 건지 헷갈릴 수 있었다. MBC의 인기 예능인 세바퀴에 출연한 왕년 아이돌스타 구애정(공효진)이 악연으로 얽힌 독고진(차승원)과 다짜고짜 퀴즈를 풀어가는 모습은 그대로 세바퀴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게 빵 터졌다. 4월까지의 드라마들이 대부분 좀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과 달리 5월 들어 로맨틱 코미디가 줄줄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단 최고의 사랑은 시트콤과 예능을 오가는 연출로 후반부 재미는 확실하게 보여줬다.

드라마 제목이 최고의 사랑이니 웃기다 말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웃겨서야 로맨스가 성립될까 걱정될 지경이다. 사건의 발단은 왕년의 아이돌이었다가 10년 세월을 견디지 못해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한 구애정이 주유소에서 근사한 밴을 들여다보면서 시작한다. 짙은 선팅으로 뒤덮인 밴 안에는 당대의 최고 남자 배우 독고진이 타고 있다. 아무리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최고 스타가 할 짓이 아닌 짓을 독고진이 하게 되는데, 그 비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초반에는 동안미녀처럼 가려나 싶은 위기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개연성 결핍현상은 거기까지였다. 이후로 독고진과 구애정의 악연은 말도 안 되게 개연성을 갖춰간다. 아무튼 주유소에서 누군지 모를 연예인에게 봉변을 당한 구애정이 그 왕싸가지 연예인의 정체를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 한 개의 스케줄밖에 없는, 아니 그것밖에 잡아올 수 없는 한물간 왕년의 아이돌 구애정이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 왔다가 협찬 받은 스카프를 변기에 빠뜨리고는 같은 스카프를 한 독고진 것과 바꿔치기 하려는 못난 짓을 하려고 대기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바꿔치기한 스카프를 돌려놓고 나가려던 참에 독고진이 들이닥치고, 놀란 구애정은 한쪽 구석에 숨는다. 그 바람에 구애정은 본의 아니게 독고진의 비밀들을 듣게 된다. 그러나 결국 독고진에게 들켜 둘러댄다는 것이 사인 받으러 왔다고 하는 바람에 협찬 스카프에 싸인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되자 둘은 옥신각신하게 되면서 독고진이 주유소의 그 싸가지인 것을 알게 되지만 결국 구애정은 독고진 싸인이 그려진 스카프를 한 채 라디오 생방에 들어간다.

그런데 라디오 DJ가 스카프의 독고진 싸인을 알아보면서 두 사람의 악연이 이어지게 되는 반전이 시작된다. 마음 같아서는 험담을 늘어놓고 싶지만 팬들의 악플이 두려운 구애정은 독고진이 밝히고 싶지 않다던 촬영 중 부상을 숨긴 훈훈한 사실을 전하게 된다. 그것을 계기로 만년 비호감이었던 구애정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호감의 기미가 보이게 되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침 라디오를 들은 세바퀴 PD가 구애정이 독고진과 친하다고 생각해서 출연시키기로 한 것.

그러는 한편 독고진은 라디오 소식을 전해 듣고 구애정이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을까 걱정한다. 결국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이지만 구애정이 부탁하고자 하는 전화통화는 거절당하고 만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구애정 관련 자료를 검색하던 독고진에게 이상한 징후가 나타난다. 그 징후는 그때만 해도 별 일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세바퀴 녹화장에 도착한 구애정이 다시 독고진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퀴즈에 응해줄 것을 통사정하지만 겉으로는 거절하면서도 독고진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고, 마침내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여기서부터는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 세바퀴였다. 그런데 막판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퀴즈 맞추는 데 정신이 팔려 마지막 포도를 설명하는데 구애정은 자신도 모르게 독고진이 극구 감추려 했던 헐리웃 진출의 비밀이 드러난 것이다. 구애정은 독고진 이 헐리웃에 진출하기 위해 감독에게 고급와인까지 선물한 사실을 절대 말하지 않기로 했는데, 퀴즈 풀기에 너무 빠진 나머지 그 사실을 말하고 말았다. 그런데 정신없기는 독고진도 마찬가지여서 구애정의 설명에 맞장구를 치며 자기 치부를 스스로 발설한다.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벌인 두 사람의 놀란 얼굴로 첫 방송은 예능보다 웃기며 끝났다. 사실 드라마 1,2회는 주연 배우의 얼굴값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배우놀음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그렇지만 차승원과 공효진의 스타 파워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드라마의 완성도 없이 시청률이 나올 수는 없다. 1회를 놓고 본다면 동안미녀에 실망한 것에 대한 반사적 반응까지 겹쳐서인지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사실 얼마 전 첩보물 아테나에서 잔혹한 캐릭터로 나왔던 차승원의 변화가 걱정됐다. 아니 그보다도 솜사탕 같은 공효진과 어울릴까가 더 우려됐다. 일단 코미디 연기는 괜한 걱정이었고 남은 것은 공효진과의 조화가 어떻게 이어지냐가 남았을 뿐이다. 공효진은 아직 파스타의 붕어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버럭쉐프에게 구박받던 모습이나 독고진에게 당하는 모습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하게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파스타에 대한 기억이 워낙 좋은 탓인지 아니면 공효진의 워낙 그러길 바라는 기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연기가 그저 반갑기만 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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