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골방토크의 메인 코너 ‘내 맘대로 랭킹’에서 이선희는 사연 있는 노래를 선택했다. 어차피 이선희가 토크로 사람 잡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노래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이선희가 들려준 사연 있는 노래 1,2,3은 그대로 듣자 기절할 만큼 좋았다. 흔히 감동이라는 말을 하지만 골방에 앉아 그저 덤덤하게 노래함으로써 이선희는 정서적으로는 감동을,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완벽한 만족을 주었다.

이선희의 출연으로 놀러와에 연말 미션이 생겼다. 바로 송창식과 이선희의 듀엣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을 제안한 것은 길이었다. 올 연말에 세시봉을 다시 하기도 좀 그런데 송창식의 후세대를 이끌어간 이선희와의 듀엣무대는 음악적으로 또 얼마나 많은 기쁨을 줄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철들자 이별이라고 길이 놀러와를 하차하기로 한 즈음에서야 비로소 보조MC로서의 역할을 크게 한건 했다.

프로그램을 마감하는 무렵에 이선희는 후배들 덕에 잘 끝냈다면서 다시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도 되겠구나 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선희가 나갈 예능 프로그램이 딱히 없다. 강심장에 나가자니 그렇고, 런닝맨에 나가 달리기를 하기도 어색하다. 가장 바랄 수 있는 예능이라면 나는 가수다이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시봉의 기적을 보였던 놀러와를 통해 또 다른 음악적 전성기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꼭 송창식과 함께가 아니더라도 놀러와 제작진이라면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어볼만하다.

그 외에도 골방 토크는 아주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특히 이승기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번 놀러와의 주제는 이선희이다. 이선희면 역시나 노래가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이선희가 선택한 세 곡의 노래를 꼼꼼히 살펴보자.


이선희의 노래 1. 섬집아기

요즘 유치원생만 해도 동요를 잘 부르지 않는다고 할 만큼 동요가 박물관 음악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동요가 꼭 어린이만을 위한 노래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아기야 원래 순수한 마음이니 동요로 정서적 혜택을 받을 사람은 오히려 어른이다. 그것을 이선희는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릴 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기억할 만한 것이 바로 엄마의 자장가다. 이선희 섬집아기는 듣는 사람의 가슴이 기억하는 엄마의 사랑과 순수를 떠오르게 해주었다.

이 노래는 93년도 이선희 애창동요라는 음반에도 수록되었지만 현재 국내 음원사이트를 통해 듣거나 다운받을 수 없다. 워낙 수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MBC 창작가요제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요즘 불고 있는 노래 열기가 동요에도 영향을 끼쳐 어린이들이 가요보다는 동요를 더 많이 부를 수 있다면 아마도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선희의 노래 2. Come on feel the noise. 이승기가 좋아하는 Maria

섬집아기로 잔잔한 바닷가 풍경을 그려놓은 이선희는 두 번째 느닷없이 쩌렁쩌렁 울리는 록발성으로 팝송 하나를 불렀다. 당시 록밴드를 하는 이들의 필수곡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이승기가 좋아하는 Maira에 더 큰 관심이 간다. 이 노래는 마이클 잭슨이 어릴 적 부른 노래다. 위대한 탄생의 어린 천사 김정인 양이 부른 Ben도 이 음반에 함께 수록된 것으로 기억된다. 도입부의 드럼과 어린 마이클 잭슨의 넘치는 feel이 인상적인 노래다. 이 노래는 섬집아기와 달리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선희의 노래 3. 한번쯤

송창식 불후의 명곡 한번쯤은 짝사랑하는 남자라면 술에 취해 불러봄직한 노래다. 요즘은 좋아한다고 여자 뒤를 쫓아다니면 괜한 오해를 받기 십상이지만 여자를 좋아하는 마음이 간절해질 때만큼 남자가 겁쟁이가 되는 순간은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남자도 많겠지만 거의 첫사랑인 남자라면 느낄 두려움과 간절함이 처절할 정도로 잘 표현된 노래다. 송창식 노래에 일가견 있다는 홍경민은 이 노래를 듣고 가수로서는 힘든 고백을 했다.

송창식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그의 노래를 홍경민화하기보다는 차라리 모창이 낫다고 했지만 이선희의 내공은 자기화했다. 그렇다고 가장 존경하는 선배인 송창식을 모두 지우지도 않았다. 1절과 2절의 분위기를 전혀 달리 가져간 것이 그런 의도가 아닌가 싶었다. 1절은 이선희의 한번쯤이었다면 2절은 아마도 송창식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송창식의 한번쯤으로 불렀을 것 같았다.

이선희의 노래를 그저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사람이 어디 그런가. 한 곡, 두 곡 이선희의 노래가 늘어갈수록 오히려 더 듣고 싶기만 하다. 좋아한다면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모순 작용이 이는 것이 인간이다. 어떻게든 놀러와가 송창식과 이선희의 조인트 콘서트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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