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이지아 소송, 김연아 눈물 2꼭지, 반달곰의 출산(KBS)
김연아 눈물 3꼭지, 성형 한류열풍, 서태지-이지아 소송, 프랑스 낭만의 자전거길, 초등생 비만율 0%, 어르신들 추억의 놀이터(MBC)
김연아 눈물 3꼭지, 서태지-이지아 소송, 손없는 소금장수의 선행, 반달곰 새끼 출산 (SBS)

121주년 세계 노동절인 1일 저녁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채운 소식들이다. 김연아 선수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도 아닌 준우승을 한 것에 대해 MBC는 SBS(4번째 꼭지)보다 한발 더 앞선 3번째 꼭지로 배치하는 대담함을 보이며 김연아 선수의 눈물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배치 순서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왕 김연아가 시상대에서 흘린 눈물의 이유를 '분석'하며 호들갑을 떤 것은 방송3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 1일 저녁, 방송 3사 메인뉴스는 '여왕 김연아의 눈물'에 대해 2~3꼭지를 할애하여 집중 보도했다.(왼쪽부터 KBS, MBC, SBS)
1일 저녁, 한국인 선원이 탄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다거나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 등 몇몇 주요 뉴스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사가 위와 같은 연성 아이템이다. 방송사들의 간판이라는 메인뉴스라기 보다 연예뉴스, 스포츠뉴스, 혹은 VJ특공대에나 어울릴 법하다.

이 같은 연성 아이템에 몰두하면서도 노동절 집회에 대해서는 단신으로 슬쩍 면피성 '언급'만 한 방송사들. 주말에 내린 비로 인해 경기도 여주군 강천보와 이포보 가물막이 4분의 1 가량이 유실됐다는 것 역시 '사건, 사고'로 아주 가뿐하게 다루었다. 경북 칠곡의 한 두부공장에서 불이 난 것과 최대 국책사업의 부작용이 등가의 가치를 갖는 셈이다.

KBS, MBC, SBS는 각각 11번째/8번째/14번째 꼭지 '사건사고' 소식 모음에서 경북 두부공장의 화재 소식과 함께 가물막이 붕괴 사고를 전했다. KBS와 MBC는 붕괴사고의 원인에 대해 "4대강 공사를 무리하게 하면서 제방이 무너지고 있다"고 간략하게 언급했으며, 그나마 SBS는 원인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는 보도를 내보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일관된 침묵을 보여왔던 방송 3사가 이제와서 4대강 사업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보도를 내보낼 가능성이 높지 않긴 하나 씁쓸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보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카메라를 거두고, 연예/스포츠/사건사고에 대해 열을 올리는 방송사들. 메인뉴스라는 이름값에 준하는 질을 갖춘 뉴스가 보고싶은 건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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