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나는 가수다가 재개됐다. 재도전 논란 속에 자의와 타의에 의해서 나가수를 떠난 김건모, 정엽 그리고 백지영의 자리에 임재범, 김연우와 BMK가 합류했다. 새로운 얼굴들 특히 임재범의 존재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난다는 옛말을 무색케 하며 나가수 한 달의 공백과 떠난 가수들의 존재를 잊게 해주었다. 방송을 멀리했던 임재범의 출연은 나가수의 새로운 출발에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지만 떠난 가수들에 대해서는 언급이라도 했지만 어쨌든 나가수라는 엄청난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김영희 PD에 대해서 단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기에는 나가수를 기다린 한 달이 너무 길었고, 또 새로운 가수들이 전해주는 노래가 너무 큰 존재감으로 화면을 채운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나가수는 김영희라는 사람이 만든 것은 분명하다.

일단 나가수의 새로운 수장이 된 신정수 PD는 신중하고 영리했다. 한 달의 공백을 의식한 조바심은 없었다. 아니 임재범이라는 존재만으로도 돌아온 나가수의 초강수가 이미 마련된 탓일 것이다. 이번 주 나가수 7인이 부른 노래는 대부분 대중에게 생소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김범수의 ‘제발’이나 이소라의 ‘너에게로 또 다시’ 같은 음원 대폭풍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아직은 경연단계가 아니라 긴장감이 주어지지 않은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논란의 뇌관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나가수로서는 이런 슬로 템포가 필요했다.

물론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비롯해 많은 노래들이 벅스 차트를 점령하기도 했지만 전처럼 전 음원 사이트를 장악했던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서바이벌의 긴장감도 없고, 히트곡의 익숙함도 없는 가수들 스스로의 애창곡은 노래 그 자체에 대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낯설긴 했지만 나가수표 노래들은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꽤나 메마른 편인 가슴이라도 노래를 듣노라면 저절로 눈물 한 방울은 흐르게 할 정도다.

한편 이소라가 선택한 노래 제목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다. 이소라 역시도 나가수에 남기는 했지만 지난 재도전 논란 속에서 MC자질논란의 주인공이 됐었다. 마음 고생도, 반성도, 후회도 있었을 것이고 마침내 나가수 잔류를 결정하면서 남다른 다짐이 있었던 것을 이 노래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을 통해 잘못했다고 사과도 했지만 이 노래를 통해서 나가수 시청자에 대한 깊은 마음의 다짐을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아무튼 돌아온 나가수는 예전의 혹독한 홍역을 치르면서 다시는 논란 없는 감동의 무대를 만들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문제점은 여전히 노출되었다.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이 청중평가단의 평가를 다중 투표제로 바꾼 것이다. 현재 다중투표는 위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공정성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반적인 투표에서 다중(중복)투표는 무효로 처리하게 된다. 무효표로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근본을 벗어난 묘수 찾기는 없다. 나가수가 500명의 평가단수에 스스로 자신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더 많은 수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청중평가단의 선택에 제작진 스스로가 신뢰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평가단 수를 늘리는 단순한 방법으로는 신뢰의 수치를 담보할 수는 없다. 평가단 수가 3배로 늘어난다고 3배 더 객관적이라는 계산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투표 문제는 제작진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지만 당장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발견됐다. 비록 경연은 아니었지만 임재범의 출연으로 사전선호도 조사는 서바이벌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2위부터 6위까지 발표하고 나니 공교롭게도 임재범과 지난 나가수에서 제발 신드롬을 만들었던 김범수 둘이 남았다. 이제 1위 발표만 남은 상황이었다. 지난 김영희 PD와 달리 신정수 PD는 발표를 자문위원에게 맡겼는데, 대본대로 했겠지만 불필요한 사족을 추가했다.

1위 발표에 앞서 자문위원 장기호 교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듣는 순간 이게 무슨 망언인가 하는 느낌부터 들었다. 다른 의미를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임재범의 1위라는 것이 의외라고 들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꼭 임재범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설혹 평가단의 투표에 신뢰를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단 자신들이 정한 룰에 의한 결과에 의외라는 촌평을 다는 것은 누워 침 뱉기나 마찬가지인 동시에 1위를 한 가수에게 무례한 망발이었다. 나가수에 출연하는 모두는 누가 1위를 해도 의외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의외라는 말은 나가수에 부적절한 사족일 뿐이다. 망언 한 마디가 중요한 순간을 망쳐버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