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 멘토들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 가왕 조용필의 명곡들을 미션으로 진행된 29일 방송 결과 멘토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정희주가 탈락하고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미라클 맨 손진영이 다음 스테이지에 안착했다. 생방송 진행 후 줄곧 멘토들의 평가와 대중의 선택이 다르게 되면서 멘토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멘토들의 점수는 그저 상징에 그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게 됐다. 위대한 멘토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멘토 시스템에 이렇게 무너진 이유는 대중이 멘토들의 평가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멘토들이 가진 30%의 결정권을 무색하게 만들 압도적인 문자 투표의 힘을 보이고 있다. 멘토와 대중의 유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가 변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변화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 위대한 탄생의 메인 모티브였던 멘토 시스템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은 채 흘러가게 방치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런 가운데 김태원의 기적은 계속 힘을 발휘하고 있어 놀랍기만 하다. 여섯 명 중 세 명이었으니 탈락 가능성은 무려 50%나 됐다. 반반의 확률에서도 모두 살아남은 것은 위대한 탄생에 슈퍼스타K와는 또 다른 모습의 이슈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제 위대한 탄생의 가장 큰 이슈는 이들이 TOP3에 그대로 가냐 마느냐가 됐다. 그러니 김태원 오디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 30일 05시 현재 상황
다음 포털에서 마련한 방송 후 투표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로그인이 필요한 이 투표도 마음먹기 따라서 다중 투표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29일 방송과는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표본수가 충분치는 않지만 정희주가 확고한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위권 3명은 득표 차이가 아주 근소해 이들은 오차범위 내의 각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투표가 말해주는 것은 적어도 단수투표로 했을 경우 정희주는 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정희주의 탈락은 다중투표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억울한 희생자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늘 조용히 있는 김윤아가 눈물 글썽이며 정희주에게 남긴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김윤아는 정희주에게 노래를 못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을 남겼다. 늘 차가워 보이는 김윤아가 눈시울을 붉힐 정도면 말로 다하지 못할 복잡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정희주가 노래를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에 의해서 떨어진 것에 대한 작은 분노를 숨기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동시에 김윤아의 한마디는 위탄의 현실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지적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위대한 탄생의 문자 투표가 방시혁, 이은미, 김태원 세 명의 멘토에 대한 대중의 감정이 다중투표의 동기가 됐을 개연성을 찾게 된다. 문자투표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 없이 단정 짓기는 위험한 것이지만 포털의 투표를 통해 정황 정도는 설명할 수 있다. 그 결과 멘토 사이의 대립관계가 없는 신승훈과 김윤아의 멘티들은 다중투표 신경전의 바깥에 홀로 서게 되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으로 피해 아닌 피해를 받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재인의 경우가 그랬듯이 문자 투표는 여성참가자에게 절대 불리한 조건이라는 점도 무시 못 할 요소였다. 지금까지의 분석이 틀리지 않는다면 남자들만 남은 다음 주에 가장 위험한 멘티는 셰인이 될 것이다. 다만 문자 투표 참여가 대폭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된다면 손진영의 기적은 위기를 맞게 될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이번 주 위탄 문자 투표 결과는 또 다른 중요한 변화를 보였다. 다중투표의 부작용일지 아니면 위대한 탄생에 대한 기대감 저하일지는 정확치는 않지만 이번 주 문자 투표는 지난주에 비해 40% 가량이나 줄었다. 지난주 130만여 통이었던 문자 투표가 이번 주에는 불과 81만여 통에 그쳤다. 다중 투표수를 뺀다면 순수 투표인단의 수는 대폭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위대한 탄생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위탄을 성공상품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던 멘토 시스템에 대한 실망도 아주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슈퍼스타K와 달리 결승에 대한 긴장감도 많이 떨어지는 것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 한편 위대한 탄생은 곧바로 시즌2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몇 달의 준비기간 동안 멘토 시스템을 세세히 정비하지 않고는 시즌2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