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손흥민이 시즌 12호 골을 넣었다. 좋은 분위기는 퇴장으로 멈추며 우리가 알던 손흥민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나 토트넘의 핵심 자원으로 많은 골을 넣었던 지난 시간과 이번에는 많이 다르다. 아직 폼이 제대로 돌아오지 못한 모습이니 말이다.

사우샘프턴과 FA 32강전에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손흥민의 선제골이 결승골이 되지 못하고 홈에서 재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전 경기도 무승부로 재경기를 했던 토트넘으로서는 체력 손실이 많이 가는 FA 경기가 되고 있다. 결국 수비에 보다 큰 무게를 두는 무리뉴의 전술이 문제인지 이를 못 따라가는 수비진의 문제인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올 시즌 FA에서 첫 골을 넣었다. 지난 리그 경기에 이은 두 경기 연속 골이라는 점에서 일단 반갑다. 우선 골을 넣어야 폼도 제대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이는 좋은 징조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바라는 손흥민의 모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골 세배 받으세요!' [로이터=연합뉴스]

오늘 경기 초반 골이 들어갔다면 손흥민의 모습은 보다 활발했을 듯하다. 말 그대로 깻잎 한 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한 아쉬운 슛은 경기를 힘들게 했다. 에릭센이 이적을 확정하며 그 자리를 채워줄 존재가 필요했고, 로 셀소는 자신이 대체자임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올 시즌 대비해 로 셀소를 영입한 이유는 에릭센의 빈자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실이 된 상황에서 로 셀소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향후 남은 경기를 위해서도 토트넘으로서는 중요했다. 오늘 경기에서 로 셀소는 자신이 왜 토트넘에 완전 영입되어야만 하는지 입증했다.

무리뉴 역시 경기 후 로 셀소에 대해 완전 영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에릭센 이적이 확정된 후 첫 경기라는 점에서 로 셀소는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경기인지 잘 알고 있었을 듯하다. 손흥민이 오프사이드만 없었다면 골도 기록할 수 있었던 좋은 경기였다.

로첼소와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사우샘프턴은 토트넘과 승점 차이가 고작 3점이다. 6위와 9위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지난 시즌과 달리, 토트넘 전체 팀 폼이 무너진 상황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도 초반 토트넘이 사우샘프턴을 몰아붙이기는 했지만, 결정하지 못했다.

루카스를 최전방에 세우는 전술도 그리 좋지는 못했다. 그만큼 토트넘의 최전방 공격수 문제가 의외로 심각하다는 의미다. 케인 외에는 그 역할을 대신할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올 시즌 토트넘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디발라가 토트넘과 계약을 했다면 모든 고민은 한순간에 풀릴 수도 있었다.

마지막 순간 계약을 하지 못한 토트넘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있는 중이다. 디발라를 영입했었다면 토트넘은 어땠을까? 분명 현재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을 것이다. 디발라가 최전방과 후위 공격 모두 가능한 선수라는 점에서 그의 가치는 점점 확대되고 있으니 말이다.

후반 13분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손흥민의 전매특허를 확인했다. 로 셀소가 중간에서 공을 빼앗아 치고 올라가며 교체된 라멜라에게 연결했고, 이 공은 좌측의 손흥민에게 전달되었다. 사우샘프턴 수비수를 제치고 완벽하게 골로 연결하는 모습에서 손흥민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확신을 가지게 했다.

손흥민 존보다 약간 처지기는 했지만, 골로 연결될 확률이 높은 측면에서 손흥민의 골은 설날 팬들을 위한 선물로 다가왔다. 이후에도 좋은 상황들은 더 있었다. 로 셀소의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논스톱으로 슛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는 압도적이었다.

슈팅하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아쉽게도 골대를 살짝 넘기며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중원을 책임져야만 하는 로 셀소와 손흥민 조합이 오늘 경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왔다는 점은 반가웠다. 충분히 호흡을 맞출 시간이 늘면 이 조합으로 토트넘의 승점 쌓기에 혁혁한 공헌을 할 수 있어 보이니 말이다.

올 시즌 반복해서 드러나는 토트넘의 후반 지키기는 이번 경기에서도 무너졌다. 부팔의 중거리슛은 완벽하게 토트넘 골문을 갈랐고,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전반 28분 로 셀소 공이 손흥민의 발에 맞지만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드는 순간이었다.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골맛을 봤다. 여전히 우리가 아는 손흥민의 모습을 되찾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이 상황이라면 다음 경기에서 우린 다시 놀라운 손흥민을 확인할 수도 있어 보인다. 경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경기에 집중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시 손흥민의 시간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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